BCA리서치의 피터 베레진 글로벌 수석 전략가
"AI 대기업이 설비투자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오히려 주가 떨어지면 발빼라"
인공지능(AI)이 메타버스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면 지금까지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AI 투자가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최근 수년간 기업들이 AI 관련 투자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은 가운데 기술주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정보업체 BCA리서치는 AI 붐이 꺼질 한 가지 결정적 경고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BCA리서치의 피터 베레진 글로벌 수석 전략가는 28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특정 대형 AI 기업이 "설비투자를 더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떨어진다면 그때야말로 ‘메타버스 순간’, 다시 말해 투자자들이 빠져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베레진 전략가는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때는 정말 도망칠 때"라면서 "그 전까지 BCA리서치는 12개월 전망에서 주식 비중을 벤치마크보다 약간 낮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몇 년 전만 해도 메타버스는 시장의 시대정신이라며 막대한 투자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결국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메타 같은 기업들은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흐름을 최근의 AI 열풍과 비교하고 있다.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AI 투자의 중심에 서 있는 4대 기술 기업은 올해 AI 인프라 관련 설비투자액으로 최대 3200억달러(약 456조8000억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베레진 전략가는 최근 기술주에서 이미 여러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컴퓨팅 및 스토리지 같은 서비스를 엔터프라이즈 규모로 제공할 수 있는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라 불리는 대형 기술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최근 몇 달간 감소했다.
이는 재무구조가 약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닷컴버블 붕괴 이전 통신주들의 흐름과 유사하다는 게 베레진 전략가의 설명했다.
게다가 AI 투자 붐으로 급등했던 양자컴퓨팅, 희토류, 원자력 관련주 등 투기적 종목들이 최근 몇 주 동안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AI 관련 주가 폭등으로 월스트리트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상승세가 거품이 아니냐는 논의도 커지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 5년 사이 135% 상승했다. AI 핵심 7개 기업을 추종하는 ‘라운드힐 매그니피센트 세븐 상장지수펀드(ETF)’는 출시 이후 172% 치솟았다.
베레진 전략가의 핵심 요지는 "AI 기업이 설비투자 확대를 발표했는데도 주가가 하락하는 순간 그게 바로 AI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