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이코노믹스 "금값 하락 추세 시작…내년 말까지 온스당 3500달러로"
"기록적인 금값 랠리, 'FOMO'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보여"
기록적인 금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건가.
27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이 급락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118.1달러(약 16만9700원) 하락한 온스당 4019.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값은 장중 한때 3985.9달러까지 떨어지며 약 2주만에 4000달러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영국 런던 소재 거시경제 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주 나타난 금값 하락세가 올해 상승분 중 상당 부분을 지워버릴 수 있는 하락 추세의 시작이라고 분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투자자 노트에서 올해 금값 랠리가 이른바 '소외불안'(FOMO·Fear Of Missing Out)에 크게 의존한 일시적 상승이었으며 올해 금값을 떠받쳤던 요인들의 추가 상승 여력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된 듯해' 금 투자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히긴스 이코노미스트는 금값이 내년 말까지 온스당 3500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수준에서 12% 넘게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노트에서 "금 매도세가 너무 빠르게 진행된만큼 단기 반등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금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값은 이미 과도하게 올랐다. 금값은 지난 20일 사상 최고치 대비 6% 하락했으나 여전히 연초 대비 50% 상승해 있는 상태다.
금값이 3500달러까지 떨어져도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30% 오른 수준이다.
최근 몇 년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금값 상승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세계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비중은 이미 20%를 넘어섰다.
히긴스 이코노미스트는 "1980년대 인플레이션과 저성장기에 금 비중이 더 높았던 바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중앙은행들이 금 비중을 그만큼 다시 늘릴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주식시장의 강세가 현지 투자자들의 금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금값이 부진하면 자산운용사들도 추가 매입을 주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 부채 확대와 재정 적자에 따른 미 달러화 가치 하락을 우려한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달러화와 주요 선진국 통화의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하려는 투자자들이 금, 비트코인이나 기타 대체 자산으로 몰려드는 현상)가 금 수요 증가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히긴스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회의적이다.
그는 "최근 달러가 다른 통화에 비해 안정적이었고 10년물 미 국채금리도 상승했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미 국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지난 8월 초순에서 10월 중순 사이의 금값 급등은 화폐가치 절하 때문이 아니라 FOMO에 의해 촉발된 일시적 거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올해 미 경제 불안, 인플레이션, 관세, 재정적자 확대 우려로 투자자들이 금에 대거 몰려들었다.
최근의 매도세 이전까지 금값은 미국이 고물가와 경기침체를 동시에 겪던 1979년 이후 최고의 연간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