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규제 강화에 외국인 시장 공략…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

사진=NH농협은행
사진=NH농협은행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외국인 근로자와 장기체류자를 겨냥한 전용 대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6억원, 신용대출은 연소득 이내로 제한돼 내국인 대출 확대가 어려워진 가운데 외국인 차주 확보가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부상한 것이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8월 말 '하나 외국인 EZ Loan'을 출시했다. 대상은 E-7(특정활동), E-9(비전문취업) 비자 보유 외국인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기간은 최장 30개월이며 전국 16개 외국인 특화 일요영업점에서 우선적으로 판매된다. 현장 대면 서비스에 집중해 금융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SOL 글로벌론'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에서 3개월 이상 급여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가 대상이며 E-9·E-7·F-2·F-5 비자 소지자가 신청할 수 있다. 대출 한도는 최대 2000만원, 기간은 최장 36개월이다. 신한 SOL뱅크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고 추후 외국인 전용 앱 'SOL Global'에서도 제공될 예정이다. 출시 기념으로 오는 11월 말까지 한도조회 고객 전원에게 편의점 기프티콘을 제공한다.

NH농협은행도 같은 날 'NH K-외국인신용대출'을 내놨다. 국민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 기준 6개월 이상 재직한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며, F-2·F-5·F-6·E-7·E-9 비자 소지자가 포함된다. 대출 한도는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 기간은 최장 60개월로 가장 조건이 넓다. 우대금리 적용시 최대 연 1.0%포인트 금리를 낮출 수 있다.

광주은행은 'TOGETHER 외국인신용대출'을 운영 중이다.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과 거소 신고 동포 가운데 9개국(베트남, 인도네시아, 네팔, 몽골, 필리핀,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스리랑카) 국적자를 대상으로 한다. 비자 유형별로 재직기간과 체류 요건을 달리하며,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해 한도 면에서 가장 크다. 대출 기간은 3~36개월이며 원리금 균등분할 방식으로 상환한다.

반면 우리은행은 외국인 전용 대출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은행권은 외국인 대출의 고질적 리스크로 꼽히는 '먹튀' 우려를 줄이기 위해 체류기간과 연계한 상환 조건을 두고 있다. 모든 은행이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을 채택해 매월 일정 금액을 갚도록 하고, 대출 만기일을 체류만기일 이전으로 제한하는 등 리스크 관리 장치를 강화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5만명, 이 가운데 취업 자격을 갖춘 근로자는 56만7000명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인 금융 수요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송금, 적금, 보험 등 종합 금융 서비스와 연계해 외국인을 장기 고객으로 유치하는 전략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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