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형 출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성비 제품군 세분화 전략도 등장
최근 경기 상황 변화를 반영해 판매량과 고객 기반을 넓히기 위해 제조업체들의 고급 브랜드에서 가성비 모델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아이오닉5N'의 저가형인 '에센셜' 모델을 출시했다. 현대차의 'N' 시리즈는 고성능 버전의 프리미엄급 차량인데 엔트리(entry·입문용) 모델을 만든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판매가는 기존 모델 대비 210만원 낮춘 749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가성비 경쟁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산되고 있다. 가성비 경쟁은 주로 저가 브랜드나 중소·중견기업이 내놓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장의 최강자인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저가 모델을 내놓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 뉴노멀이 되면서,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써왔던 기업들도 수익성보다는 시장 점유율과 고객 접점 확대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19일 저가형 스마트폰 '갤럭시S25 FE'를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가성비를 내서웠다. 이 제품은 올 2월에 출시된 S25 대비 가격을 21만원가량 낮췄다. 하반기에 신제품을 내놓는 애플을 견제하는 목적도 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S급을 써보고 싶어 하는 기존 A모델(중저가 라인업) 고객을 끌어올리는 '징검다리' 효과가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기존 가성비 제품군을 더 세분화하는 가성비 전략도 등장했다. LG전자가 지난 15일 출시한 무선 이어폰 '엑스붐 버즈'의 신제품 2종이 대표적이다. 기존 모델 가격은 14만9000원으로,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10개 모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성비 최고 제품'으로 꼽힌 바 있다.
아울러 LG전자는 기존 가성비 제품(버즈)은 유지하면서 '버즈 플러스'(19만9000원)와 '버즈 라이트'(9만9000원)라는 모델을 추가했다. 소비자가 구입을 망설이는 20만원을 넘지 않으면서, 10만원 이하를 쓰고 싶은 사람까지 끌어안기 위해 고객의 지불 의사를 5만원 단위로 타겟팅했다.
이같은 흐름은 콘텐츠 구독 서비스에서도 나타난다. 웨이브는 다음달부터 광고를 끼워 넣은 '가성비 요금제' 2종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하나는 자체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이고, 다른 하나는 티빙의 콘텐츠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웨이브X티빙 더블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해외 OTT가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이탈하는 이용자를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가성비와 가성비 세분화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젠 기술의 차별화보다 '가격의 수용성'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