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보호 아닌 경쟁력 강화에 초점 …오픈소스 상회할 역량 필요"

19일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한국고등교육재단 공동 주최 'AI 스타트업 토크' 강연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훈 글로벌브레인 한국대표, 김한준 퓨리오사AI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조강원 모레 대표(CEO), 이주형 마크비전 AI 총괄. /사진=최종현학술원
19일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한국고등교육재단 공동 주최 'AI 스타트업 토크' 강연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훈 글로벌브레인 한국대표, 김한준 퓨리오사AI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조강원 모레 대표(CEO), 이주형 마크비전 AI 총괄. /사진=최종현학술원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지난 19일 강남구 재단 컨퍼런스홀에서 'AI 스타트업 토크' 강연을 공동 개최했다고 21일 밝혔다. 강연에는 김한준 퓨리오사AI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조강원 모레 대표(CEO), 이주형 마크비전 AI 총괄이 연사로 참여해 창업 배경, 핵심 기술과 사업 모델, 인재 전략을 공유했다.     

무대에 오른 세 명의 연사는 모두 재단 장학생 출신으로, 현재 AI 반도체·소프트웨어·브랜드 보호라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겸 한국고등교육재단 대표는 환영사에서 "51주년을 맞은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이제 훌륭한 학자를 양성하는 역할을 넘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인재상을 고민하고 있다"며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능동적 인재를 키우는 것이 재단의 새로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그 속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며 조직을 이끌어온 경험은 후배 세대에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준 CTO는 "AI가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전력 소모와 컴퓨팅 파워 문제가 새로운 패권 경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며 자사의 저전력 반도체 칩을 소개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세계 1위 기업이지만, 퓨리오사AI는 추론 영역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며 "프로그램 지원성, 성능,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17년 설립된 퓨리오사AI는 국내 대표 AI 유니콘으로, 최근에는 LG AI연구원·OpenAI와 파트너십을 맺고 실제 모델 실행 데모를 선보였다.

조강원 CEO는 "AI는 알고리즘의 승부가 아니라 초거대 컴퓨팅 인프라와 이를 쥐어짜는 소프트웨어의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GPU만 파는 회사로 보이지만, 이미 수천억원대 데이터센터 장비를 공급하며 AI 생태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CEO는 엔비디아가 풀지 못하는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전략을 택했다. AMD 등 다양한 반도체 기업과 협업해 특정 칩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하드웨어에서 최적화된 성능과 비용 효율을 구현하는 인프라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사례를 언급하며 "딥시크가 공개하지 않은 것은 모델이 아니라 학습과 추론을 빠르고 저렴하게 구현한 소프트웨어였다"며 "결국 진짜 경쟁력은 모델 자체보다 '비용 구조를 혁신하는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말했다.

이주형 AI 총괄은 위조상품·불법 콘텐츠 확산을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조상품 시장 규모가 전 세계 500조원에 달하고, 국내 피해만 연간 13조원에 이른다"며 "루이비통·티파니 등 글로벌 브랜드를 고객으로 둔 마크비전은 AI 기반 탐지·차단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지식재산권 보호 생태계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소버린 AI'와 글로벌 진출의 관계에 대한 논의에서 김한준 CTO는 "소버린 AI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AI·반도체는 본질적으로 글로벌 경쟁의 영역"이라며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장벽을 세우기도 하지만, 제품 자체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강원 CEO는 "소버린 AI는 인프라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주는 개념이지만, 뒤처진 기술을 내수 보호 논리로만 유지한다면 국가 경쟁력 자체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사들은 대학·채용·창업·업무 방식 전반이 AI 도입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낮은 단계의 문제 해결은 AI가 대신하고, 인간은 문제 정의와 좋은 질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메시지였다. 채용과 창업 환경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역량·고차원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와 집요한 실행력을 보이는 팀에는 여전히 기회가 열려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또한 '대학은 지식 주입의 공간을 넘어, 프로젝트로 ‘부딪혀보는’ 실험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6개월~1년 단위의 목표를 실제로 완수하는 경험이 질문력·문제 정의 능력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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