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력수요 급증...HVDC 해저케이블 2029년 28조원까지 성장 전망
LS전선, 해저케이블 5공장 준공…대한전선, 5000억 투자해 증설
LS전선 vs 대한전선 소송전 치열…공장 설계 기술 유출 두고 신경전

 

LS전선이 강원도 동해시에 해저 5동을 준공하며, 아시아 최대급 HVDC 케이블 생산 역량을 갖췄다. /사진=LS전선
LS전선이 강원도 동해시에 해저 5동을 준공하며, 아시아 최대급 HVDC 케이블 생산 역량을 갖췄다. /사진=LS전선

국내 전선업계 양대 축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글로벌 해저·초고압 케이블 시장 호황을 타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노후 전력 교체 수요·친환경 에너지의 확산으로 전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두 회사는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베트남 등을 거점 삼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LS전선은 최근 강원 동해시에 해저케이블 다섯번째 공장인 해저 5동을 준공했다. 이에 따라 초고압직류송전(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이 4배 이상 늘어 아시아 최대 HVDC 생산시설을 확보하게 됐다. 해저 5동에는 수직연속압출시스템(VCV) 라인이 추가돼 해저케이블의 생산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VCV는 수백㎞급 장거리 고전압 케이블 생산의 필수 설비로, 절연 품질과 전기 안정성을 좌우한다.

아울러 해저케이블 시공 전문 업체이자 계열사인 LS마린솔루션이 최근 1만t급 이상 HVDC 전용 포설선(해저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 특수 설계된 선박) 신규 건조 투자를 하기로 해, 생산부터 시공에 이르는 턴키 수행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LS전선 관계자는 "이번 설비 확충과 함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도 LS마린솔루션과 공동 참여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전선도 HVDC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2공장 1단계 건설에 역대 최대 규모인 4972억원을 투자한다. 해저 2공장 1단계는 640㎸급 HVDC와 초고압교류송전(HVAC)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LS전선과 마찬가지로 VCV 시스템 등 최첨단 설비도 갖춘다. 투자 기간은 2027년 12월까지다. 대한전선은 연내 해저2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같은 전력망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대한전선이 유력 공급 업체로 떠오르는 중"이라며 "북미 매출까지 확대되면 내년 실적은 턴어라운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저마다 해저케이블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글로벌 HVDC 수요가 급증하는 덕분이다. HVDC 케이블은 여러 개 전선을 묶어 하나의 다발 형태로 구성한 제품으로, 일반적인 교류(AC) 케이블망에 비해 전력을 보낼 때 손실이 적다. 이런 이유로 장거리 송전 인프라 구축의 핵심 설비로 불린다. 글로벌 HVDC 해저케이블 시장은 국가 간 전력망 연결(슈퍼그리드),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확대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CRU에 따르면, 전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은 2022년 약 6조원에서 2029년 28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정부는 올 초 수립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서해안에 총 620㎞의 해저 송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구간은 신해남~태안~서인천(430㎞), 새만금∼태안∼영흥(190㎞)으로 나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당초 계획보다 6년 앞당긴 2030년 완공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비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위해서는 HVDC 해저케이블이 필요하다. 육상이나 지하로 전력망을 구축하면 고압선이 지나는 지역 주민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다. HVDC 해저케이블을 바다 밑에 매설하려면 포설선을 갖춘 전선 업체가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해저케이블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수주도 앞둬 LS전선, 대한전선이 서둘러 공장 증설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두 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이미 치열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신경전도 한층 거세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2019년 당시 LS전선은 대한전선이 제조, 판매하는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조인트 키트는 개별 부스덕트를 연결해 전류 흐름을 유지하는 부품을 의미한다. 부스덕트는 대용량 전력 배전 시스템으로 건축물에 전기에너지를 전달하는 장치다. LS전선은 조인트 키트 외주 제작을 맡았던 하청 업체 직원이 2011년 대한전선으로 이직한 후 대한전선이 유사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양측 특허 분쟁은 결국 LS전선 승리로 마무리됐다. 특허법원 제24부는 지난 4월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LS전선이 승소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지었다. 앞서 1, 2심에서도 LS전선이 승소했는데, 두 회사 모두 기한 내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아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한편,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 유출과 관련해서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양 사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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