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신용평가·산업분석 정확도 제고 방안 다각화
은행권이 기존 '담보 대출 중심' 관행에서 벗어나 '혁신기업 지원자'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등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모험·혁신 투자 확대'를 강조하면서 변화는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반기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의 기업대출 규모는 약 722조6000억원이다. 이중 중소기업대출은 약 553조8000억원이다. 중소기업대출에서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6월 말 기준 85%(부동산 69%, 보증서 10%, 예금 등 6%)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도 평균 80~85%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보 대출 중심 구조는 은행이 안정적이고 가치가 명확한 부동산 등 담보자산에만 자금을 집중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혁신기업, 신생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이 부족해 산업 전반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저해하고 경제 활력과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손쉬운 이자 수익에 의존하거나 부동산 투자에 자금이 쏠리지 않도록 모험 투자와 혁신 투자에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하며 은행권의 담보 대출 의존 관행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담보 위주의 쉬운 영업'의 원인은 선구안이 없기 때문인데 선구안을 만들기 위해서 정확한 신용평가 방식과 산업분석 능력을 개척해야 한다"며 신용평가와 산업분석 역량 강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은행권은 신용평가와 산업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기존 신용평가모델에 상권정보(인근 집객 시설 수, 이용고객의 소득 수준, 고객 이용 패턴 등), 국민연금정보(가입자수, 평균연봉, 입퇴사자 등), 금융결제원정보(통신요금, 자동이체, 결제성 거래)를 추가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종합적으로 적용해 신용평가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또한 최근 환율 변동성 증가, 국제 통상 불확실성 증대로 산업별 영향 분석이 중요해진 만큼 변수 민감 업종에 대한 이슈 분석 등을 강화하고 정기적으로 산업 모니터링 분석 리포트를 제작해 체계적인 산업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은행권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기술력 기반 머신러닝(ML) 모형을 개발해 기업평가에 적용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해당 ML 모형의 평가지표 가운데 안정성이 높은 지표를 신용평가 비재무항목에 반영한 통합여신모형을 구축해 적용하고 있다. 또한, 기업평가 재개발을 통해 최신 데이터 반영과 소호 재무모형 개선을 완료했으며 기존 운영 중이던 비재무항목 내 벤치마크 계량지표를 고도화해 평가 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AI와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해 재무정보가 부족한 기업도 세밀하게 신용도를 평가한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공급망 플랫폼 '원비즈플라자'를 연동해 기업의 실시간 자금 흐름과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에 활용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더존비즈온과 협력해 기업신용평가사 '테크핀레이팅스'를 설립했다. 중소기업의 최신 성장성 관련 정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실시간 재무·세무 정보를 금융기관에 제공해 신용평가, 대출한도 결정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신용평가 체계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더 많은 고객들에게 더 큰 이익을 드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평가 고도화를 통해 많은 기업고객들이 원활하게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지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