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에 이미지센서 공급 전망…美오스틴 공장서 생산
이재용 회장이 핵심 역할 한 듯…엔비디아 HBM 공급 기대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이어 애플의 아이폰용 반도체도 만들기로 하면서 아픈 손가락이었던 비메모리 사업(시스템LSI, 파운드리 등)이 본격적인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9년 당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은 바 있고, 당시 업계에서는 이미지센서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은 바 있다. 이후 최근까지 해당 사업부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고전했으나,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해소된 이후 잇따라 큰 성과를 거두고 있어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의 차세대 칩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애플은 "미국 오스틴에 있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삼성과 협력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를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의 눈'으로 불리는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인 2억 화소 이상의 화질을 자랑하는 이미지 센서 브랜드 '아이소셀'을 선보이고 있다.

통상 애플이 신제품 준비에 2∼3년가량 시간을 들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2027년 이후 아이폰에 아이소셀을 공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이미지센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와 생산 총괄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부의 이미지센서 생산을 시스템LSI 사업부로 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이미지센서 시장 1위는 애플에 이미지센서를 공급 중인 소니(51.6%)이며 삼성전자는 15.4%로 2위다. 삼성전자는 한때 공격적인 시장 확대로 소니를 맹추격했으나, 지금은 중국 옴니비전(11.9%)의 추격에 긴장하고 있다.

업게에선 애플이 삼성전자를 택한 배경으로 최근 미국 현지에서의 생산라인 투자 확대와 함께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 스마트폰을 비롯해 중국 샤오미, 비보와 모토로라 등에 이미지센서를 공급 중이며, 최근에는 나노 프리즘 기술을 적용한 아이소셀도 공개했으며 업계 최초로 2억 화소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이미지센서(CMOS 기준) 시장은 지난해 208억달러에서 2029년 265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김경빈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 이익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엑시노스 2600의 플래그십 탑재와 파운드리 턴어라운드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욱 이익 기대감을 높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최근 연이은 수주에 이 회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최종 무죄를 선고받은 뒤 대외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중순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사교 모임인 '선 밸리 콘퍼런스' 행사에 참가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 행보가 이번 수주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글로벌 IT 및 자동차 기업들과 수년간 꾸준히 네트워크를 유지해오며 전방위적인 경영 행보를 펼쳐오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대미 관세협상 지원을 위해 워싱턴 출장길에 올랐고, 지금도 글로벌 기업들과의 사업 협력을 위해 현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2019년 제시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에 본격적인 속도가 붇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와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가 조만간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에 이어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의 수주를 받았다는 건 삼성 파운드리가 흑자로 돌아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HBM4 공급망 진입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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