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생산시설 확대· 대규모 비용 절감 불가피
국내 제약사, '최대 시장 미국 공략' 장기 전략으로 접근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 예고에 국내외 제약사들의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대대적인 비용 절감으로 관세 압박에 대응하거나, 장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시설을 통해 근본적으로 관세 부담을 없애려는 일부 제약사의 전략도 나오는 상황이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1년 6개월 내에 관세율을 최대 250% 인상, 리쇼어링(해외 공장 본국 회귀), 약가 인하 압박을 높이자 국내외 제약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R&D 비용 절감 및 감원
미국 제약사 머크(MSD)는 2027년 말까지 연간 30억 달러의 비용을 감축하고, 전체 인력의 8%에 해당하는 60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잘 알려진 모더나(Moderna) 역시 향후 2년간 15억 달러의 비용 절감과 함께 전 세계 인력의 약 10%를 감축한다. 이들 기업의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포함한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 릴리,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도 수년간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미국 내 생산 기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2030년까지 미국 내 제조 및 R&D에 총 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버지니아주에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메릴랜드·매사추세츠·인디애나·캘리포니아·텍사스의 기존 시설도 확장한다. 이번 투자를 통해 연매출 800억 달러 중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2020년 이후 미국 제조 투자 규모가 누적 5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최근에는 270억 달러를 투입해 4개의 신규 생산시설을 추가로 건설했다. 이로 인해 총 3,000명의 고급 기술 인력과 1만 명 이상의 건설 인력 창출이 기대된다.
스위스계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는 향후 5년간 미국 내 제조 및 연구개발에 총 230억 달러를 투자한다. 샌디에이고에는 11억 달러 규모의 R&D 허브를 세우고, 플로리다와 텍사스에는 방사성 리간드 요법용 생산시설을 신설할 예정이다. 미국 환자용 의약품을 전량 미국 내에서 생산과 약 1000명의 직접 고용과 4000개 이상의 공급망 관련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도 향후 4년간 5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미국 내 제조 및 R&D 역량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화이자(Pfizer)는 이미 미국 내에 13개의 제조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해외 생산 공정을 미국 내 시설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국내 주요 바이오사, 미국 시장 공략 '고삐'
국내 제약사들도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공략이 중요한 만큼, 주요 업체별로 장기적 투자 정책에 발맞추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현지에 위치한 대규모 원료의약품(cGMP) 생산시설을 약 7000억원에 인수하기 위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해당 시설은 항암제 및 자가면역 치료제 등 주요 바이오의약품을 다년간 생산해온 미국 내 제약산업 클러스터에 위치해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Made in USA'로 생산할 예정이다. 기존의 단기 재고 확보 및 CMO 위탁 생산 체계를 넘어 장기적인 리스크 해소 측면이다. 또한 인수 후 시설 증설 여부에 따라 최대 7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엑스코프리)를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이며, 올해 판매 예정 물량은 이미 모두 선적을 완료했다. 이와 함께, 관세 면제 혜택과 비교적 낮은 인건비 등 장점이 있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현지 생산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내 생산 인프라 확보를 위한 현지 생산시설 인수(M&A) 또는 신설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약 10개의 후보 공장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며, 비용 구조 및 리모델링 효율성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약바이오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 정책을 통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촉진하는 정책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으로 "단순한 생산 이전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을 통해 향후 의약품 경쟁 우위를 결정짓는 전략적인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