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번가 카네기 홀 콘서트 실황. 가끔 무료 공연이 펼쳐진다.

뉴욕하면 문화의 도시, 쇼핑의 도시, 비즈니스의 도시 등 여러가지가 생각난다. 그중에 처음 가본 사람들에겐 역시 문화에 관심이 간다.

박물관, 미술관, 브로드웨이, 뮤직홀, 기념관 등 수없이 많은 관광명소가 있다. 브로드웨이 길을 걷다 보면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뮤지컬의 거의 모든 관람객은 외국관광객이라 보면 된다. 센트럴파크를 끼고 있는 자연사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53번가의 현대미술관, 박물관거리(뮤지엄 마일)에 있는 프릭박물관, 유대인박물관, 구겐하임 미술관, 머레이힐쪽의 모건 박물관, 57번가의 커네기홀 그리고 젊은이의 거리인 링컨센터, 줄리어드 음악홀 등 볼만한 장소가 여럿 있다. 한결같이 좀처럼 볼 수 없는 희귀한 작품이 전시되거나 공연되고 있다.

수백 년 전의 희귀한 작품들이 5번 도로를 하나를 두고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서 전시되어 있는 지역이 있을까. 런던에 대영박물관, 파리 루브르, 대개 한 나라에 한 곳 박물관 정도에 있을 법한 희귀물품이 이렇게 5번가 뮤지엄 마일 주변을 두고 모여있을까. 그래 봐야 반경 1~2km내에 말이다.

줄리어드스쿨 본관. 어퍼웨스트 링컨센터내에 있다. 이 곳안에서도 2~3개 공연장이 있고, 무료 콘서트가 매주 진행된다.

흥미로운 것은 그것을 거의 무료로 볼 수 있다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연필 소묘 작품과 피카소, 고갱 ,고흐, 렘브란트, 르노와르, 세잔의 작품을 거쳐 현대의 앤디워홀과 잭슨 폴락 작품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면 상상이나 될까. 그것이 가능한 문화구조를 갖고 있는 게 처음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지하철 구내에서 무명의 가수가 노래 부르고, 링컨센터줄리어드 음대 콘서트홀에서 그리고 카네기 홀에서의 클래식 콘서트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과연 가능한가. 사회적인 공평성과 관용의 정신이 이 문화계에서도 얼마나 녹아들어 있길래 그런가.

돈이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제값을 내고 박물관이나 콘서트 홀을 입장할 수 있다. 허나 문제는 돈이 없는 저소득층이나 노인계층에겐 별도의 관람시간을 준다. 일정한 시간에만 무료(사실은 도네이션인데 1불 내도 무방하다)로 입장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놓았다. 대부분의 문화시설에 이런 시간들이 있다. 물론 그 시간에는 first come first served 이다. 반드시 먼저 온 사람이 먼저 입장한다. 당연히 사람이 많이 몰리기에 일찍부터 줄을 선다. 그것도 줄을 설 때 안내원이 알려준다. 어느 정도 줄이 길어지면 그 이상은 줄 설 필요가 없다고 알려준다. 마감시간이 가까워지기에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현대미술관인 MOMA는 매주 금요일 오후 4~8시까지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오후 3시 반쯤부터 줄을 서야 안전하게 입장이 가능하다. 돈이 없으면 시간과 몸을 거기에 맞춰야 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티켓의 구조도 흥미롭다. 가장 좋은 자리야 당연히 비싸지만, 말석인 경우는 낮은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시간 흐름에 따라 티켓가격도 다양하게 변화된다. 연극개막이 임박해지면 가격이 낮아진다. 1시간 전쯤에 티켓을 구하면 정상가의 50% 저렴하게 입장이 가능하다. 물론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어쨌든 돈 없는 시민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당연히 극장에서야 마케팅의 한 방법이지만 고객에게 도움이 된다면야 바라는 바 아니겠는가.

71번가 프릭박물관. 매주 일요일 오후에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관람을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링컨센터의 뉴욕주립발레단 극장 티켓가격구조도 재미있다. 우선 요일별로 구분되어 판매한다, 평일과 주말이 다르고 오전과 오후가 별도로 구분되어 있으며, 여기다가 좌석 위치별, 층별로 다양하게 가격을 구분해서 판매한다. 30여가지의 티켓가격으로 나누어진다. 같은 공연에 가격이 20~200불 정도로 티켓 가격이 10배 이상의 차이나 난다. 마케팅 측면만 생각한다라고 하기엔 너무 속 좁은 생각 같다. 고객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주는 점을 분명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 비수기인 겨울철엔 좀 더 싼 가격책정으로 고객을 끌어모은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준다는 것. 간단한 것 같지만, 그게 그렇게 사회적으로 정착하기까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100여 년간의 시간이 소요되면서 사회가 천천히 발전해 온 것이리라. 이제 우리도 이런 면들을 하나씩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일정한 시간에 저소득층이나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1000원을 기부하고 입장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미국 BLU Realty Group 한국지사장·뉴욕주 부동산 세일즈퍼슨 / Henry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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