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혁신·책임경영까지…'균형감각'으로 연임 명분 쌓은 1기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앞두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2기 체제에서는 초기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결속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과 창출과 미래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각 금융지주 수장의 재임 연장 배경과 향후 경영 과제, 그리고 업계 판도를 바꿀 전략적 행보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지속이 힘이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좌우명이다.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함과 실행력을 경영 철학의 중심에 두면서 신한금융은 올 상반기에 순이익 3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반기 기준 그룹 역사상 최대 실적이다. 비이자이익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 및 인공지능(AI) 경영 등에 힘입어 '2기 진옥동 체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3조3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42%까지 상승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
2분기 단독 순이익은 1조5491억원에 달했다. 경기 둔화와 대손충당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은행부문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이 5조1000억원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했고, 영업이익경비율(CIR)은 36.6%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자이익은 5조71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 NIM(순이자마진) 방어에도 성공했다.
더 주목할 부분은 비이자이익 성장이다. 상반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2조20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고, 그룹 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증권·파생 수익, 자산운용 성과, 수수료이익 확대 등 3박자가 이를 견인했다.
특히 신한금융은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단행하며 수익성과 정책 이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진 회장은 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을 발표했다. CET1비율(보통주자본비율) 13.59% 달성과 함께, 밸류업 로드맵의 주주환원율 50% 목표를 조기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목표보다 목적에 공감해야 '일류 신한'에 가까워진다"는 평소 신념처럼, 주주환원 정책도 단순 수치 달성을 넘어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목적을 내세웠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발표한 밸류업 로드맵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 10%, 실질 자기자본수익률(ROTCE) 11.5%, 보통주 자본비율(CET1) 13% 이상, 주주환원율 50%, 보통주 수 4억5000만주 이하 감축 등의 정량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CET1비율은 올해 2분기 기준 13.59%로 이미 목표치를 상회했고, 자사주 소각 속도 또한 계획보다 앞서고 있어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끌어내고 있다.
진 회장은 이번 임기 동안 단순 수익 창출을 넘어 구조적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AI 전환 전략 'AX·점화(Ignition)'는 전 임원이 AI 에이전트를 직접 설계·활용하는 전사 프로젝트로,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에도 기여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AI 에이전트를 실무에 적극 활용하며 그룹사별로도 적합한 모델을 개발 중"이라며 "은행의 AI브랜치, 증권의 투자메이트, 보험의 AI 설계 도구 등 각 계열사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용금융과 녹색금융 분야에서도 정책 정합성을 확보했다. 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은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는 생태계다. 금융인은 고객의 신뢰를 최고 가치로 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신한금융은 고금리 차주 4만2000명의 금리를 일괄 인하한 '헬프업&밸류업'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주은행과 신한저축은행으로 확대 시행하며 상생 금융의 실효성을 높였다.
신한 측은 "세 가지 상생금융 프로젝트는 단발성이 아닌 고객의 미래 금융 여정을 함께 설계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출산지원금 최대 3000만원 지급 정책, 그룹 자산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구조로 전환하는 '전환금융 가이드라인' 제정 등은 현 정부 국정과제 이행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80%로 0.09%포인트 상승했고, NPL커버리지비율은 120%대로 낮아져 하반기 적극적 충당금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은 "NPL 비율은 내부 의지만으로 조절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니지만 기업 신용평가 기준을 보수적으로 적용하고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 등 일부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부진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반기에는 신한자산신탁의 실적 반등, 신한라이프의 안정적인 CSM(계약서비스마진) 확대, 신한카드의 조달구조 개선 등 비은행 부문의 체력 보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한편 진 회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논의도 물밑에서 이어지고 있다. 내부 분위기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아직 회장 본인이 연임 의사를 밝히신 바는 없지만 조직 전반에선 리더십의 연속성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진 회장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선 "공개·비공개 소통 시간을 자주 갖고 임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직접 듣고 세밀하게 코칭해주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