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빚투' 급증과 시장 과열 가능성 경고
뉴욕 증시서 4~6월 주식신용대출 18.5% ↑…1998년 이후 5번째 빠른 속도
빚투 급증, 닷컴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양상 떠올리게 해
최근 몇 달 동안 미국 뉴욕 주식시장은 지정학적·경제적 리스크를 무시한 채 낙관론의 물결에 계속 상승해왔다.
그러나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24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낙관론이 과열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리는 자금인 주식신용대출(margin debt), 다시 말해 ‘빚투’의 급증은 1999년 하반기, 2007년 중반의 닷컴 붕괴 및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매우 유사한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신용대출은 18.5% 증가했다. 이는 1998년 이후 5번째로 빠른 증가 속도다.
이런 급증은 과거의 과열 국면들과 유사하다. 이는 대규모 시장 하락으로 이어졌던 전례가 있다.
회원 증권사와 거래소를 규제하는 민간 기업인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투자자들은 증권사로부터 1조달러(약 1384조5000억원) 넘게 빌렸다. 사상 최대치다.
도이체방크는 투자자 심리 및 위험선호 지표인 주식신용대출 증가율이 너무 뜨거워지고 있다며 이는 신용시장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이 아직 더 큰 낙관론으로 나아갈 여지가 있다"면서 "하지만 결국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과열된 지점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신용대출 증가율이 닷컴 버블이나 금융위기 전의 고점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현 수준 자체가 이미 높은 상태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신용대출 비율은 닷컴 버블 당시보다 높아 2021년의 사상 최고치로 근접하고 있다.
이는 시장 과열 전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도이체방크는 현재의 랠리에 대해 2023년과 2024년의 여러 랠리와 비교할 때 "다르며 더 뜨겁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요 교역 상대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하나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행보 등 예기치 못한 전개가 앞으로 3~6개월 동안 시장에 더 많은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메시지는 "현재의 주식신용대출 수준과 증가 속도가 시장 심리 과열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의 신중론은 월스트리트 전반에서 현 강세장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인플레이션, 무역 갈등, 세계 정치 불확실성 등 여러 위험 요인에도 증시 랠리는 이어지고 있다.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번주 들어 5거래일 연속 종전 최고치를 경신하고 나스닥지수는 3거래일 연속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