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대중·대일·AI기술 전략 등 진단
"한국 외교안보 전략 대전환 필요"

지난 24일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글로벌 복합 위기,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전략 방향' 포럼에서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최종현학술원
지난 24일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글로벌 복합 위기,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전략 방향' 포럼에서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최종현학술원

최종현학술원은 동아시아연구원,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공동으로 지난 24일 '글로벌 복합 위기,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전략 방향'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학계·정책 분야를 대표하는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능동적 동맹 전환 △전략적 자율성 △인공지능(AI) 생태계 기반 기술안보 등 해법을 제시했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개회사에서 "나토 정상회의나 중국 전승절 참석 여부처럼 단순히 '가야 한다' 또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이분법으로 판단할 수 없는 외교적 선택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이제는 '최악을 피하는 선택'에 머물 것이 아니라 '최선에 가까운 전략'을 주도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미동맹은 △방위비 분담금 압박 △주한미군 역할 재설정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라는 세 갈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제는 수동적 대응을 넘어, 한국 주도의 능동적 동맹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북핵 억제, 역내 세력균형 유지, 확장억제 강화라는 공통의 전략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그 토대 위에서 동맹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새로운 정부가 아직 구체적 대북정책을 내놓지 않았지만 한미동맹 기반의 억제 전략과 함께 경제적 지렛대, 중국과의 조정 외교, 조건부 남북협력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합한 전략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실용외교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강조했다. 그는 "실용외교는 이분법적 사고의 탈피에서 출발해야 하며 지금은 북한의 정체를 직시하고 현실적 안보 기반 위에서 대화와 협력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화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며 국민의 안보와 안전을 담보하는 현실 기반의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정부의 대일 전략과 관련해 손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일본은 미국에 대한 과잉 의존을 재조정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역시 탈이념적 관점에서 전략적 협력 기반을 일본과 함께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중 전략과 관련해 손인주 서울대 교수는 중국의 외교 행태 이면에 자리한 구조적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에 대응하는 한국의 전략으로 △법치와 자유에 기반한 '원칙적 다원주의' △동심원 전략을 제시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약화와 함께 세계는 미·중·러가 주도하는 강대국 정치의 다극화, 즉 '얄타 2.0'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한국은 자강·연대·포용의 세 축으로 외교안보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떠한 외부 변수 속에서도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동맹에만 의존하기보다는 G7,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싱가포르, 캐나다 등 규칙 기반 질서를 중시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호혜적 협력도 필수"라며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비민주주의 국가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외교지평을 넓히지 않으면 경제와 안보 모두에서 외면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은 파운드리, 그래픽처리장치(GPU), 공정장비까지 반도체 전 영역을 아우르며 AI 생태계로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있다"며 "한국은 제조업 기반의 AI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AI 패권 전략과 관련해서는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백악관이 최근 발표한 'AI 액션 플랜'은 동맹국에게 생태계 참여를 사실상 요구하고 중국을 배제하는 노선을 분명히 했다"며 "이런 전환기 속에서 한국은 반도체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미국의 전략적 기술 파트너로서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응 전략에 대해 권 교수는 "향후에는 특정 목적에 특화된 AI 반도체와 이를 제조업에 접목하는 기술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AI와 제조업의 융합을 실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진국이 한국으로 글로벌 산업 구조가 빠르게 다변화되는 지금이야말로 AI-제조 융합 전략을 통해 도약할 기회를 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종희 서울대 교수는 한국형 AI 전략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AI 패권 경쟁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보다도 생태계 설계에 달려 있다"며 미국식 시장 주도형 모델도, 중국식 국가 개입형 모델도 아닌 '제3의 길'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AI 생태계가 K-팝의 세계화 전략처럼 대규모 투자, 인재 육성, 공정 보상, 창의 자율성이 조화를 이루는 모델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근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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