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위상 아직은 미미..중장기적으로 달러패권 흔들며 부상할 듯

중국 위안화가 다음달 1일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통화 편입과 함께 세계 기축통화로서 첫발을 내디딘다. 미국 달러화와 본격적으로 맞붙게 되는 것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이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기축통화 편입을 계기로 통화 굴기에 나선다면 통화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중국이 수출촉진을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절하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의 통화가 미국 달러화 대비 큰 폭으로 절하되면서 위안화는 실질적으로 절상됐다는 논리를 편다.

위안화가 부상하면 미국은 달러화를 바탕으로 누렸던 패권을 방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면 한국 원화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추이를 신중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 달러화 패권 흔들리나..위안화, 달러·유로화와 세계 3대 통화로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1일 위안화를 SDR 기반통화로 편입한다. 작년 11월 30일 집행이사회에서 편입 결정을 내린 지 10개월 만이다.

위안화의 SDR 기반통화 편입 비율은 10.92%로 미국 달러화(41.73%), 유로화(30.93%)에 이어 3번째로 크다.

중국 위안화가 SDR 편입을 계기로 세계 기축통화에 본격 편입되게 되면 달러화, 유로화와 함께 세계 3대 통화로 부상하게 된다. 이로 인해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체계가 개편되면서 달러화 패권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위안화의 위상을 높여, 미국이 좌지우지하는 국제금융 질서에 본격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에 이어 달러화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는 체제를 양분하는 게 목표다.

그동안 미국이 달러화 보유국으로 발권능력을 과도하게 이용하고,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해 달러화 약세를 추구해 아시아나 유럽, 제3세계 국가들은 중국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있다.

물론 기축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위안화는 지난 8월 기준으로 국제결제에서 차지한 비중이 1.86%에 불과하다. 미국 달러(42.5%)와 유로화(30.17%), 파운드화(7.53%), 일본 엔(3.37%)에 이어 5위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올해 4월 기준 거래비중도 총합 200% 기준으로 달러 88%, 유로 31%, 엔 22%, 파운드 13% 등과 격차가 큰 4%에 불과하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은 집계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맞물려 글로벌 금융허브가 중화권으로 이동하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IMF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이 위안화의 SDR 기반통화 편입을 용인한 것은 위안화 국제화 과정에서 중국 자본시장의 개방과 이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 미국 투자자의 수익창출을 기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은 동시에 국제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패권을 바탕으로 누리는 효과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로 인해 무역 및 재정불균형에도 대외지급능력과 부채상환능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위안화 환율을 더욱 문제삼을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4월 중국을 한국, 일본, 독일, 대만과 함께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미국의 두 대선후보가 모두 환율조작국에 대한 대응을 주장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당선시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 선포와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재진 연구위원은 "위안화의 SDR 바스켓통화 편입으로 중국 경제는 자본시장 개방 등 금융시장 개선 효과를 볼 뿐 아니라 내수주도형 경제로 전환해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브렉시트와 맞물려 글로벌 금융허브가 중화권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전문가들 "위안화 약세 이어질 것..원화 영향력 확대 주의"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편입돼도 당분간은 위안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움직임이 원화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한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위안화 깜짝 절하를 단행한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서도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왔다. 중국 외환교역센터에 따르면 고시 위안화 가치는 연초부터 이달 28일 사이 2.69% 떨어졌다. 중국 당국은 올 1월과 6∼7월 두 차례에 걸쳐 위안화를 크게 절하했다.

1월 초에는 일주일 새 위안화를 1%가량 절하했다가 헤지펀드 세력의 약세 베팅으로 역외시장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연초부터 1월 6일까지 역외시장 내 위안화 가치는 2.17% 떨어졌다. 이후 중국 당국은 절상과 절하를 반복하면서 환율이 과도하게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왔다.

6∼7월 사이 고시 위안 값을 절하할 수 있었던 것은 브렉시트 덕이 컸다. 파운드화, 유로화 가치가 폭락하는 와중에 시장의 주목을 사지 않고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7월 19일에는 위안화 가치가 연초 대비 3.13%까지 떨어졌다.

시장은 다음 달 SDR 바스켓 통화 편입으로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설지에 주목하고 있다. 원론적으로는 기축통화로서의 기반을 다진 위안화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위안화 가치가 올라야 한다. 하지만 당장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적어도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달러화가 강세를 띠면서 상대적으로 위안화는 약세가 된다. 이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위안화에 자금이 몰릴 쏠릴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부상하면 한국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에 대한 영향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안화 가치는 단기적으로는 약세를 이어가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면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제금융센터 김용준 외환팀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원화의 위안화에 대한 상관성이 커질 여지가 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위안화의 움직임에 유의하면서 환리스크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한 연구위원도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위안화와 원화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면서 "원 위안 직거래도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에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위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SDR 편입은 기축통화가 될 전조이고 위안화 강세로 이어진다"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당국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수도 있지만, 환율조작으로 지목당할 수 있어 함부로 절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투자은행들은 중국 위안화의 SDR 기반통화 편입으로 각국 중앙은행과 해외펀드들의 위안화 자산수요가 앞으로 5년간 최대 6000억 달러(약 6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안화가 외환보유액으로 인정되는 국제보유통화(reserve)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돼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들은 위안화 표시 자산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AXA인베스트먼트는 전 세계 정부가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 자산을 매년 1%씩 늘릴 경우 향후 5년간 6천억 달러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의 비중이 5년 내 5%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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