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추진 중인 세금, 관세, 금리 인하가 주요 원인
채권에서 가상화폐 및 AI 관련 자산으로 뚜렷한 자금 이동 유도할 수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세금인하, 관세인하, 금리인하라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삼박자’가 시장에 새로운 투기 거품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름답고 위대한 법안’(Big Beautiful Bill)이 최근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서 심사 중인 가운데 나왔다.

‘아름답고 위대한 법안’은 2017년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시행한 감세를 영구화하고 국방·국경안보 예산 확대, 저소득층 의료·복지 축소, 친환경 에너지 세액공제 폐지, 부채한도 4조달러(약 5535조2000억원) 상향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감세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각종 사업 예산 삭감도 포함됐다. 그러나 시행될 경우 미 정부의 재정적자 증가는 불가피하리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법안이 시행되면 "향후 10년간 3조3000억~3조8000억달러의 국가부채가 추가로 늘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인하를 더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BofA의 마이클 하트넷 투자전략가는 이런 정책이 채권에서 인공지능(AI) 및 뉴욕 주식시장의 이른바 ‘M7’(magnificent seven·환상적인 7개 주식·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엔비디아, 구글, 테슬라), 그리고 암호화폐로 더 심각한 자금 이동을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트넷 전략가는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 사이의 관계가 거품 형성의 징후라고 지적했다.

그는 ‘채권이 주도하고 주식이 뒤따른다’는 전통적 시장 원리가 역전되는 현상은 과거 투기 열풍에서 나타난 전형적인 패턴이었다며 지난 14번의 거품 기간 중 12번에서 이런 현상이 관찰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공화당 예산안이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시장이 흔들리면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트넷 전략가는 "주식이 명목 및 실질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심각한 버블 신호는 없다"고 지적했다.

BofA에 따르면 과거 시장의 과열기를 고려할 때 M7은 정점 도달 전까지 추가로 30% 상승할 수 있다.

하트넷 전략가가 언급한 투기적 움직임은 이미 시작된 듯하다. 최근 몇 주 동안 이른바 ‘저품질 주식’들에서 시장 전체를 능가하는 성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례로,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가 구성한 저품질 주식 바스켓(게임스톱, AMC 같은 밈주식 포함)은 4월 8일 저점 이후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도 최근 몇 주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4월 매도세로 이어졌던 관세 혼란이 지나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다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상화폐 대장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치인 11만2000달러도 돌파하며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