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재임 중 글로벌 기업 지도자들과 교류하며 가교 역할
가난한 이들 돌보는 책임 잊지 말라고 항상 상기시켜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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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12년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88세로 선종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교황의 유산 가운데 하나가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과 비판이라며 그를 애도했다.

NYT는 교황이 예수회 신학에 뿌리를 둔 사제 초기 시절부터 늘 가난한 이들의 문제를 강조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로마 가톨릭의 외교 사절로 활동하면서 그는 자주 글로벌 기업의 리더들과 만나 교류의 다리를 놓고 현대 자본주의의 과잉에 대해 분명한 경고도 날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구글의 에릭 슈미트 전 CEO 같은 기술 업계 거물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CEO와 세계 최대 대체투자운용사 블랙스톤의 스티브 슈워츠먼 회장 등 금융계 수장들, 그리고 엑손모빌·셰브런·BP 같은 에너지 기업의 지도자들과도 자주 만났다.

그는 주요 대기업들과 협력해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한 '포용적 자본주의 위원회'(Council for Inclusive Capitalism with the Vatican) 출범도 지지했다.

이 위원회는 시장가치가 수조달러에 이르는 기업들과 협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 같은 기업 지도자들과도 자주 만났다. / 사진=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 같은 기업 지도자들과도 자주 만났다. / 사진=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대 비즈니스의 긍정적인 면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2014년 인터넷을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인공지능(AI)의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비즈니스 전반을 '고귀한 소명'이라 칭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교황이 세속과 적극 교류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교황의 신학적 뿌리가 자본주의에 적대적일 수 있다고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업 지도자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말라고 항상 상기시켰다.

그는 2016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보낸 서한에서 "결코 번영의 문화가 우리를 마비시키고 가난한 이들의 외침에 공감하지 못하게 하며 타인의 고통에 눈물 흘릴 수 없게 만들고 그것이 마치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일인 양 느끼도록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에는 한 기업가 단체에 '조금의 자선'만으로는 기업이 가난한 이들에게 져야 할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인 20일(현지시각)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수천명 신자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이어 다른 성직자가 대독한 메시지에서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그리고 타인에 대한 존중 없이 평화는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인 20일(현지시각)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수천명 신자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이어 다른 성직자가 대독한 메시지에서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그리고 타인에 대한 존중 없이 평화는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기후위기에 대한 교황의 관심은 에너지 기업 CEO들과 대화하면서 탄소 배출 저감 쪽으로 투자를 촉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교황은 2019년 "다른 이들이 나서기만을 기다리거나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할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고 설파했다.

또한 AI가 글로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공적 담론에서 '진실의 위기'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피터 턱슨 추기경이 대독한 올해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는 "효율성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겼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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