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연은 조사결과…실업에 대한 공포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
소비자들, 고용시장에 대한 기대치 낮춰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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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 사이에서 실업에 대한 두려움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CNN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이 3월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앞으로 1년 내 미국의 실업률이 더 높아질 확률을 평균 44%로 예상했다.

2020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연령, 교육·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이날 공개된 뉴욕 연은의 최신 소비자 기대 설문조사 자료는 연방 정부의 예측불가능한 정책들로 불확실성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인의 침체된 정서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부정적 지표다.

3월 조사에서는 개인의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년 내 실직 가능성을 둘러싼 평균 인식은 14.1% 15.7%로 상승했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높게 나타난 수치다. 특히 증가폭은 연소득 5만달러(약 7100만원) 미만의 가구에서 가장 컸다.

현 직장을 잃을 경우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은 0.1%포인트 하락한 51.1%로 소폭 감소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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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관적 정서를 반영한 ‘소프트’ 데이터와 달리 좀더 객관적이고 명확한 ‘하드’ 데이터는 여전히 미 경제의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까지 미 고용시장은 견고한 기반을 유지하며 4년 넘게 고용 증가세가 이어졌다. 노동시장은 강한 소비지출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지탱하는 핵심 기둥이다.

그럼에도 점점 더 비관적인 전망이 소비자들의 지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기업의 투자 감소와 전반적인 경제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이 주목받는 뉴욕 연은의 이번 조사에서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년 내 예상 인플레이션율은 0.5%포인트 상승한 3.6%다. 1년 반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년 후 예상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0.1%포인트 올라 5.2%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다. 의료비는 0.7%포인트 뛰어 7.9%, 임차료는 0.5%포인트 상승해 7.2%로 나타났다.

반면, 휘발유값 상승 기대치는 0.5%포인트 떨어져 3.2%, 대학 등록금의 경우 0.2%포인트 하락해 6.7%를 기록했다.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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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 가계는 신용을 얻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느낀다. 3월에는 재정상태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도 소폭 늘었다.

주식시장 상승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도 2022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뉴욕 연은의 이번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정책을 재조정하려는 과정에서 중국,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주요 무역 상대국들과 보복성 무역전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발표됐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정책과 고조되는 무역전쟁이 소비자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인플레이션을 재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꼭 장기적인 전망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3년 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3%로 유지됐다. 5년 후 기대치는 0.1%포인트 하락한 2.9%를 기록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단기, 중기,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면밀히 모니터링한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자기충족적인 예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믿으면 현재 더 많이 소비하거나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비용 상승을 가격 인상으로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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