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영풍 의결권 제한 위법" 판단
법원이 영풍·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소송 일부 인용했다. 고려아연 측이 '상호주 제한'을 카드를 꺼내 임시 주총 전날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고려아연이 제한했던 영풍의 의결권이 부활하면서 의결권 경쟁에서는 영풍·MBK 측이 다시 우위를 차지하게 됐지만 법원이 '집중투표제'의 효력은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7일 영풍·MBK가 고려아연이 지난 1월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킨 안건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영풍·MBK의 주주제안을 오는 3월 정기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은 기각했다. 이에 따라 당장 영풍·MBK 측의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 장악은 어렵게 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1월 23일 임시 주총을 열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이사 수를 최대 19명까지 임명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반면 영풍·MBK 측이 추천한 이사 14명에 대한 선임은 부결시켰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손자회사인 SMC(선메탈코퍼레이션)를 통해 영풍의 주식을 취득, 영풍이 가지고 있는 고려아연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SMC가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에 해당해 상호주 제한 규정을 받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상호주 제한은) 관련 회사가 모두 '주식회사'에 해당해야 적용될 수 있다. SMC는 상법에 따라 설립된 주식회사가 아니다"며 "유한회사의 성격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SMC는 임시 주주총회 하루 전인 지난 1월 22일 영풍의 지분 약 10.3%를 취득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돼, 영풍이 가지고 있는 고려아연 주식 25.4%의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69조에 따르면 A사(자회사, 손자회사 등 포함)가 B사의 주식을 10% 이상 초과할 경우, B사가 A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집중투표제의 효력은 인정했다. 임시 주총에서 높은 찬성률을 얻어,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의 주식 의결권 문제와 관계없이 통과됐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았다 해도 찬성률이 양 69.3%에 달해 특별결의 요건이 충족된다"며 "주식 의결권 제한 여부가 무관하게 임시 주총에서 가결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