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AI 관련주 투매, 과도한 듯"…"딥시크의 많은 주장 진위 밝혀지지 않아"
펀드스트랫의 톰 리 이사 "투매, 과도 반응"..."되레 좋은 매수 기회"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kSeek·深度求索)의 역습으로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이 공포에 휩싸였다.
딥시크의 서비스가 훨씬 적은 비용으로 오픈AI의 챗GPT와 맞먹는 성능을 갖췄다는 소식에 AI 관련주에서 과격한 투매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는 하루만에 시가총액이 약 6000억달러(약 867조7000억원)나 증발했다.
딥시크는 지난주 말 자사가 미국의 첨단기술에 거의 필적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딥시크가 한 최신 모델 훈련에 컴퓨팅 비용 560만달러를 사용했다고 주장한 점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2023년 말 출시된 GPT4 모델의 훈련 비용은 1억달러를 초과했다.
오픈AI 대항마 앤스로픽의 다리오 애머데이 CEO는 지난해 일부 모델 훈련 비용이 10억달러에 육박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은 엔비디아, 브로드컴, 마벨테크놀로지 같은 기업들에 좋은 소식이었다. AI 칩과 서비스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로 이들 기업의 시장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AI의 높은 진입 장벽과 미 정부의 중국 기업에 대한 첨단 AI 칩 판매 제한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플랫폼스 같은 기술 대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해주고 있다.
그러니 딥시크의 돌파구가 시총 1조달러를 초과하는 거의 모든 기업들에 나쁜 소식처럼 들릴 수 있다. 27일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AI 관련주는 요동쳤다.
주요 AI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9.15% 폭락했다. 지난해 9월 3일 7.75% 급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필라델피아지수가 마지막으로 9% 넘게 폭락했던 시점은 2020년 3월 18일이다. 이날 충격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었던 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엔비디아는 이날 주가가 17% 폭락했다. 하루만에 시총 3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하루 시총 감소분은 미 증시 역사상 최대다.
브로드컴도 17.40% 폭락하며 시총이 1조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마벨테크놀로지도 19.10%,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1.71% 미끄러졌다. 오라클도 14% 굴러떨어졌다.
주식예탁증서(ADR) 기준으로 뉴욕 증시에서 TSMC 역시 13.33%, ASML은 5.75%, 암(Arm)은 10.1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투매가 과도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딥시크의 주장에 대한 많은 부분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딥시크가 제재로부터 영향받으면서도 어떤 종류의 칩을 사용할 수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애널리스트들은 딥시크가 엄청나게 낮은 비용으로 미국의 첨단 AI 모델과 동등한 뭔가 만들어냈다는 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래스곤 수석 애널리스트는 "딥시크가 560만달러로 ‘오픈AI’를 만든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시티그룹의 아티프 말릭 애널리스트는 "딥시크의 성과가 획기적일 수 있지만 의문은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 이를 해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의아해했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에드워드 양 애널리스트는 고객들 앞으로 보낸 노트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전체 지출이 준다는 건 드문 경우"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증시 강세론자이자 시장조사업체 펀드스트랫의 이사인 톰 리는 이날 경제 전문 매체 CNBC의 프로그램 ‘클로징벨’에 출연해 투매가 과도한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리 이사는 엔비디아가 이날 2020년 3월 이후 하루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으나 이는 되레 투자자들에게 좋은 매수 기회라고 강조했다.
과거에 이런 대규모 하락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거대한 기회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리 이사는 AI 부문에서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위험에 처했다는 우려를 일축하며 현재의 공황상태가 과거 비디오 포맷 베타맥스와 VHS의 짧은 경쟁 같은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번 투매는 치열해지는 중국과 미국의 AI 경쟁에 대한 큰 불안감 속에서 발생했다는 게 리 이사의 판단이다.
중국의 기술발전이 미래의 시장역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리 이사는 엔비디아의 위치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이번 투매가 장기 추세의 시작인지 예측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