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 크게 낮아져 오히려 안도심리 자극
생산량 감축보다 반도체 기술력 더 높여야
삼성전자가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4분기 실적 발표에도 주가는 전일 대비 3% 이상 상승하며 강세로 마감했다. 부진한 실적에도 크게 낮아진 기대치 대비 양호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안도심리를 자극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전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기대감을 높이는 발언을 한 점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43%(1900원) 오른 5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276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3382억원을 순매도 했다. 기관은 237억원어치를 샀다.
이날 삼성전자는 4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5조원,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기 대비 매출은 5.18%가 줄었고, 영업이익은 29.19%가 급감했다. 이는 시장전망치인 매출액 77조4000억원, 영업익 7조9700억원을 크게 밑돈 수치다.
삼성전자 측은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결과며,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은 생각보다 더 낮은 수준이 아닌 성적이 나왔기 때문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에 대해 7조원대 초반이 제시됐고, 6조원대까지 가능하다는 언급이 있었다"며 "즉 시장 전망치 대비 부진했지만 시장의 우려보다는 실적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4분기 반도체(DS) 부문에서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메모리 사업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있었다"며 "전날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테스트 통과 가능성 언급과 함께 향후 실적 개선 기대를 자극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삼성전자 주가 수준은 고점대비 40% 이상 하락한 수준"이라며 "밸류에이션 레벨도 역사적 저점권에 위치함에 따라 이러한 역발상적인 주가 흐름이 가능했다"고 강조햇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주가는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반등세는 가능할 전망"이라며 "이는 2018년 4분기 메모리 다운사이클 진입 시 실적 쇼크를 공시하고 시장은 오히려 저점매수에 나선 경험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메모리 경쟁력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부진 및 메모리 경쟁력 상실 우려등으로 2025년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4배로 극히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산업의 투자 감축 노력만으로 직면한 메모리 경쟁력 문제가 회복되지 않아 같은 기간 내에 품질 인증 통과 및 1cnm 경쟁력 확보라는 선결과제를 스스로 입증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