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호텔업계 매출부진에 외국 여행경보까지…"내년 1분기까지 악영향"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대형 전광판의 크리스마스 영상을 관광객들이 스마트폰 등으로 촬영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대형 전광판의 크리스마스 영상을 관광객들이 스마트폰 등으로 촬영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치적 불안이 깊어지며 유통·관광업계가 연말 대목을 앞두고 이중고에 빠졌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6% 감소했다.

9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선포되었다가 2시간 만에 해제된 비상계엄령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주요 유통업체들은 이후 매일 긴급회의를 열어 소비 동향을 점검하고 있으며 이어진 탄핵 국면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치적 불안정은 소비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때 최순실 태블릿PC 보도가 나온 2016년 10월 말 102였던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 95.7로 급격히 하락했고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인 2017년 1월에는 93대까지 떨어졌다. 소비심리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마무리된 2017년 3월까지 약 4~5개월이 걸렸다.

대표 백화점 4사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16년 탄핵 정국때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연말 정기세일에서 각각 전년보다 0.7%, 1.2%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고물가와 이상고온으로 패션 상품 등의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더해져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호텔업계도 타격이 크다. 서울의 한 럭셔리 호텔은 정부와 기업 관련 연말 행사가 모두 취소됐으며 외국인 고위 관리들이 예정보다 일찍 귀국하고 약 10건의 외국인 예약이 취소되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등은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중국도 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완전히 중단됐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는 내년 3월이나 4월은 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계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수요일 아침 긴급 회의를 열어 자회사들에 미칠 영향을 평가했으며,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도 상황 업데이트를 위해 일부 직원들을 대기시켰다. 서울 시청광장 인근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대규모 시위에 대비해 안전관리를 강화했으며, 주차관리와 보안 인력을 추가 투입하고 CCTV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연말 세일 프로모션과 크리스마스 연말 관련 축제 등의 진행도 불투명하다. 면세점 업계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환율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수입 재료 가격 상승으로 물가도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품목별 판매 순위나 매출에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상품이 제때 잘 전달되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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