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투자자들, 내년 금리 얼마나 인하될지 과소평가"
"관세로 인한 단기 부담, 연준이 1분기까지 인하 이어가도록 할 수 있어"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하 서두를 필요 있다는 어떤 신호도 없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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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에 금리를 얼마나 인하할지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최신 거시 전망에 따르면 내년 연방기금 금리가 3.25~3.50%까지 하락할 수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가장 높은 확률로 예상한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금리가 3.75~4.00%를 기록할 확률이 현재 30%다.

이런 차이는 투자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준은 대개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한다. 하지만 이는 연준의 추가 완화 계획에 대한 도전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가 경제둔화 촉발로 이어져 금리인하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한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이끄는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14일(현지시간) 공개한 노트에서 "어느 쪽이든 관세로 인한 단기 성장둔화 위험과 연준 지도부의 선제적 정책 정상화에 대한 선호로 내년 초까지 연속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인플레이션 재개 우려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가 중국·유럽·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자동차에만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미국의 근원 인플레이션이 내년 말까지 양호한 수준인 2.4%에 이를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미 무역 전반에 대해 10% 관세 부과 공약을 실행한다면 근원 인플레이션은 2026년 초까지 3.1%로 상승할 것이다.

그럼에도 골드만삭스는 세계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이 계속 진행 중이라며 이는 앞으로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노트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미 대선 결과가 현재 진행 중인 정책 정상화 과정을 탈선시키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따라서 대다수 주요국 중앙은행이 내년까지 추가 완화를 상당히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연준의 금리인하가 조기에 중단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준이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점이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성장 리스크가 연준의 핵심 우선 과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이 14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주최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미 경제가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이 14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주최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미 경제가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편, 골드만삭스의 노트가 공개된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주최 행사에 참석해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미 경제가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현재 미 경제의 놀라울 정도로 좋은 성과 덕에 통화정책 결정을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재개 우려로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를 늦추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앞서 발표된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로 9월 상승률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이에 시장 안팎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춘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다.

도매물가로도 불리는 미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 역시 소폭 올랐다.

미 노동부는 10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9월 상승률 0.1%(조정치 기준) 대비 0.1%포인트 오른 수치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전망치에 부합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2.4%였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올라 전문가들의 전망치 0.2%를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5% 상승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하고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로 계속 둔화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장 여건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고정돼 있다"며 "때로 울퉁불퉁한 길을 만나겠지만 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지속해 둔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연준이 물가 판단의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10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2.3%,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8%로 추정된다고 이날 소개했다.

10월 들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오른 것처럼 PCE 가격지수 역시 대표지수와 근원지수 상승률 모두 9월 상승률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예고한 것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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