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장씨 일가, 최씨 일가와 지분 격차 2배"
고려아연 일반주주들, 현 경영진 '백기사' 자처

CI=고려아연, 연합뉴스
CI=고려아연, 연합뉴스

고려아연 창업주 집안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MBK파트너스는 이를 부인하며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고려아연 일반주주들은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백기사'(우호세력)를 자처하고 나섰다.

MBK파트너스는 18일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며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을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20여년간 두 가문의 지분은 1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지분 격차는 2022년 31.73%포인트까지 벌어졌고 2022년 최소 격차 15.75%포인트로 줄었으나 최근 다시 영풍과 장씨 일가 측 지분이 늘어나며 격차를 벌리는 중이다.

현재 영풍과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3.1%로 최씨 일가(15.6%)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MBK파트너스는 설명했다.

영풍은 "2대주주 최씨 일가와 이렇게 격차가 나는 최대주주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서 시장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것이 어떻게 적대적 M&A로 매도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해야 하는 본인의 역할을 저버리고 회사를 사적으로 장악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리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최대주주의 정당한 권한 행사에 부딪히자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영풍그룹의 계열사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상 장형진 고문을 총수로 하는 대규모기업집단 영풍그룹의 계열사들"이라며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계열 분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단언했다.

MBK파트너스는 현대차, 한화, LG 등 대기업들의 고려아연 지분도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이 아니라면서 "우호 지분이라면 최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등 공동행위 주요 주주로 공시했어야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비즈니스 파트너십에 대해서만 공시했을 뿐, 공동행위자임을 밝힌 바가 없다는 게 그 근거"라고 설명했다.

영풍 또한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고, 해당 기업들도 최윤범 회장 개인에 대한 동조세력이 아니다"라며 "대리인 최 회장은 본인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과 의혹들부터 주주들에게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풍은 최 회장에 대해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배임 의혹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여 의혹, 이그니오 고가매수 의혹 등을 제기하며 법원에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한편 이날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운영진은 최근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고려아연과 같이 주주환원율 최고의 회사는 소액주주가 작은 힘으로라도 지켜내 '동학개미'가 때로는 회사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현 경영진이 이끄는 고려아연은 연결 기준 상반기 주주환원율 71%(개별 기준 61%)를 달성했다. 상반기 순이익 2879억원을 기록한 고려아연은 지난 8월 2055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공시했다.

연결 기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작년 동기 대비 72.6% 증가한 2687억원으로 집계돼 호실적을 시현했으며, 주가도 3월 주주총회 이후 24% 상승해 코스피 대비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액트 운영진은 "성장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 주체는 현 경영진과 현대차, LG화학, 한화 등 대기업 3사"라며 "트로이카 드라이브 덕분에 훌륭한 실적이 가능했다는 평이 있고 그 주체가 현 경영진인 것은 명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LG화학, 한화와 배터리 동맹을 통해 회사의 미래를 펼쳐가는 중인데 소액주주로서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동 성장전략 덕분에 동업사 대비 멀티플에서 상당한 고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물론 자신들의 영향력 등 힘은 미약하다고 밝히면서도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자신들이 고려아연을 지지하고 주주들은 주주환원 약속을 지킨 회사의 '팬클럽'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울산시와 울산시의회도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규정하면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이 아니라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울산시민은 20여년 전 지역기업 SK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을 때 '시민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친 바 있다"며 이번에도 울산 지역사회에서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