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
임종룡 회장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
우리금융그룹에서 직원 횡령에 이어 전 지주회장 친인척이 연루된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꾀하려던 현 경영진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그룹 전반에 내부통제 부실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어 금융당국 차원의 강력한 구조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 3일에서 2024년 1월 16일 기간 중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시행했다. 이중에서 절반이 넘는 28건, 350억원 규모가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대출은 통상의 기준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취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토대로 별도 사실 확인 없이 대출이 실행됐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이 손 전 회장의 권력형 특혜대출인 점이 명백하다며 차주의 사문서 위주와 사기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금융은 이번 사건을 현 체제 경영진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는 분위기다.
대출 대부분이 2020년 4월에서 지난해 초 취급됐는데 임종룡 현 회장은 지난해 3월, 조병규 은행장은 지난해 7월 취임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내부 횡령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특혜대출 논란이 터져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2022년 본점 기업개선부 차장이 회삿돈 70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고, 올 들어 김해지점 대리가 180억원을 횡령한 사건도 발생했다.
우리금융은 전날 오전 임종룡 회장 주재로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지주사와 우리은행 전임원이 참석한 긴급 임원회의를 열었다.
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에 대해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신 고객님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이어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며 "이는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우리 모두가 철저히 반성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또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업문화, 업무처리 관행, 상·하 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과 연계된 수사 과정에 최대한 협조해 시장의 의구심이 있다면 사실에 입각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올바른 기업문화의 조성이 시스템 보완과 제도개선보다 더욱 중요하다"며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직원을 조직이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규 행장은 이날 오전 은행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이 사건의 관련인 대한 면직 등 인사조치는 마쳤고 관련 여신에 대한 회수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원칙에 입각한 업무 수행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의 결속을 단단하게 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은행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과거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인식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명확하게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이어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로 정도경영을 확고하게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