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동반 급락…전 업종 하락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공포에 국내 주식시장의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폭락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영국의 브리메인(유럽연합 잔류)을 유력하게 점쳤으나 개표 결과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24일(한국시간 오후 1시25분 현재)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총 382개 선거구 개표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탈퇴가 51.9%로 집계돼 브렉시트가 확정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61.47포인트(3.09%) 하락한 1925.24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영국의 EU 잔류 기대감에 2000선을 돌파하며 개장했지만 브렉시트 개표 결과 탈퇴 가능성이 커지면서 오전 11시 이후 낙폭을 키워 한때 1892.75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주는 SK하이닉스(0.16%)를 제외하고 대부분 하락했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2.10% 내렸고, 한국전력(-1.88%), 현대차(-1.06%), 현대모비스(-2.27%), NAVER(-1.07%), 아모레퍼시픽(-0.96%) 등도 동반 하락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32.41포인트(4.77%) 내린 647.1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장중 7%대로 폭락해 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전 업종지수가 하락했다.
◇예상 엎은 ‘탈퇴’ 결론…증권가 시각 各各
브렉시트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브렉시트가 실물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브렉시트까지 2년간 유예기간을 감안해 볼 때 실물경제 충격은 제한적”이라며 ”환율 안정책, 채권시장 변동성 축소를 위한 안정 장치 등의 조치가 마련되면 다음주 초 증시 추가 급락은 제한될 것으로 보이며 일부 반등 시도도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브렉시트 여파로 당분간 코스피 지수는 조정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렉시트는 과거 유럽 재정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펀더멘탈(기초체력)이 흔들렸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브렉시트가 확정되면 ECB(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의 부양정책이 추가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불확실성은 있지만 지수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지수가 크게 밀려나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은 “단기적인 변동성 위험에 유로존 붕괴 우려가 더해질 것”이라며 “지수가 단기 반등 시도 후 17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지적했다.
김세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과에 따라 캐머런 총리의 즉각 사퇴, 영국 내 정치적 분열 및 혼란 가중될 것”이라면서 “파운드화 가치의 폭락, 글로벌 주식시장의 폭락 등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U 존폐 기로 놓여…전 세계 금융시장 요동
브렉시트 찬반 투표율은 72%에 육박하며 1992년 총선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앞서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높을수록 청년층의 참여가 많아 EU 잔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으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번 결과로 영국은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3년 만에 이탈한다. 사상 처음으로 회원국 탈퇴라는 사태를 맞게 된 EU의 회원국은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줄게 된다. 또한 영국의 뒤를 이어 ‘이탈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EU의 존립 자체도 위기를 맞게 됐다.
투표 결과에 따라 영국은 이제 2년 간 EU 이사회와 탈퇴 협상을 벌이게 된다. 상품·서비스·자본·노동 이동의 자유는 물론 정치·국방·치안·국경 문제 등 EU 제반 규정을 놓고 새로운 관계를 협상해야한다. 만약 2년 안에 협상을 끝내지 못할 경우 자동적으로 EU 회원국 자격이 박탈되고 EU 체재 하에서 맺은 모든 협약이 무효화된다.
한편 이날 전 세계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30.10원 오른 1179.90원에 마감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10% 가까이 폭락하면서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면서 엔화 가치는 폭등했다. 엔화는 달러당 99엔대에 진입해 2년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