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전세대출 갈아타기' 만기 6개월 전까지도 가능
시중은행, 가뜩이나 금리 경쟁력 있는 인뱅에 밀리는데
다만 "금리 인하 전까진 대출 잔액에 큰 영향 없을 듯"
대환대출 공급 확대에 대한 정부 의지가 날로 높아지면서, 시중은행 자금 이탈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올 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이어 전세대출에도 대출 갈아타기를 적용한 당국은 내달부턴 이용 기간을 확대하는 등 서비스를 보다 넓힐 방침인데, 5대 은행은 가뜩이나 금리 경쟁력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에 차주를 뺏기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선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기 전까진 고객 쟁탈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달 3일부터 전세대출의 대환대출 이용 기간이 확대된다. 기존에는 전세 임대차 기간의 반이 도과하기 전까지만 갈아타기가 가능했는데, 당국의 인프라 개선 과제 추진으로 만기 종료 6개월 전까지 서비스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는 당국이 지난해 5월 신용대출을 시작으로 올 1월 주담대, 전세대출로 확대하는 등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파트 잔금대출도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은행 간 경쟁을 일으켜 금리가 인하되는 효과로 국민의 이자 부담이 경감됨에 따라, 정부가 대출 갈아타기를 높게 평가하며 보다 확대를 해나가려는 분위기다.
전세대출의 경우 이번에 서비스 신청 기한이 확대되면서, 이자 부담을 낮추려는 차주 유입이 더 증가하게 될 상황이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은 신용대출보다 대출 갈아타기의 이자 절감 효과가 컸다. 지난 1월 31일 대환대출 서비스가 전세대출에 포함된 이래 2개월간 총 5351명의 차주가 9206억원 규모의 대출을 이동해, 1인당 연간 기준 236만원의 이자를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확대가 시중은행에겐 반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이 이 '대환' 효과를 톡톡히 본 덕분일 정도로 차주들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 1분기 여신 잔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6% 올랐는데, 대환대출 중심의 대출 확대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이 은행의 전월세보증금대출은 신규취급액의 45%가 타행 대출을 갈아탄 경우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으로 차주가 이동한 건 시중은행 전세대출 잔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말 전세대출의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가 개시된 이래 3개월간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3조6356억원이 줄었다. 감소 요인으로 버팀목, 디딤돌 등 정책대출이 은행 재원으로 제공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통해 금리 경쟁력이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옮겨간 차주들이 적지 않은 영향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중은행은 금리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전문은행과 대출 경쟁을 펼치기엔, 점포를 운영하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이 커 불리한 측면이 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인상분 외에도 운영비 등 조달 비용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조정해 결정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확장 요건은 세부적 사항에 지나지 않고, 또 전세대출 특성상 대출을 갈아탈 유인이 적어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도래하기 전까진 대출금 이탈에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 잔액이 줄고 있는데 있어선 아무래도 인터넷전문은행 때문이란 건 크게 부정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도 "신청 기간이 늘어나는 건 세부 요건이고, 전세자금대출은 주담대에 비해선 고객들이 대환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잘 옮기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은 대출금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땐 향후 금리 인하가 본격화된다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이 심화돼 (대환대출 확대가) 대출 잔액에 미치는 영향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슬기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