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잔액 320조원대…전년 동기 比 2.47%↑
"고물가·경기침체 계속…자영업자 대출 수요 늘어"
가계대출 성장성 제한…기업대출에 주력한 영향도
고물가 속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시중은행의 올 1·4분기 소호(SOHO) 대출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수요 증가와 더불어 가계대출의 규제 강화 분위기와 은행권 대출 경쟁 심화 추세도 증가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7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4분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소호 대출 잔액은 320조780억원이다. 지난해 말(317조9101억원) 대비 0.68%,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47%(7조7035억원) 늘었다.
소호 대출액이 증가한 요인은 개인사업자의 상환보다는 대출 수요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소비가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솟고 있는 물가에 따른 비용 지출이 계속 늘어 자영업자들의 운영 자금 부족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 속에 코로나는 끝났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다 보니 개인사업자가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대출 니즈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소호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올 초 주담대 대환대출 인프라가 시행되면서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등 은행권 대출 경쟁 심화로 가계대출 수익성이 약화된 데다, 2월부터 금융당국이 기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보다 더 엄격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를 시행하면서 가계대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은행들은 수익 향상을 위해 기업대출 증대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성장성이 제한적이다보니 소호 및 법인 대출에 좀 더 주력하려 하고 있다"며 "이러한 부분이 잔액이 늘고 있는 것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대출 중에서도 소호대출은 신용대출 성격의 대기업 여신과 달리 담보대출이 대부분인 데다, 주택담보대출이나 대기업대출에 비해 은행 간 경쟁이 덜한 편으로 마진이 높아 현재 은행권 입장에서 대출을 늘리는 데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대출은 차주의 높은 대외 신임도와 대출 거래 외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 마진을 적게 남길 수밖에 없다"면서 "개인사업자는 대기업보다 유치할 수 있는 차주 수도 많고 마케팅이 상대적으로 쉬워 지금처럼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익성을 용이하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과 함께 대출을 받는 자영업 차주들의 폐업률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에서는 건전성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반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대출을 취급하는 데 있어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이 커지면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한 대출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