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지방은행, 지난해 금융사고 11건 적발…전년 比 5건 증가
"횡령 등 적발 늘어난 건, 당국 내부통제 기조 강화됐기 때문"
"규제준수 문화 부족…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되면 개선될 것"
지난해 적발된 지방은행의 금융사고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10억원 미만의 배임, 금품수수부터 수천억원대 역대급 횡령까지 크고 작은 사고로 내부통제 부실을 드러냈다.
특히 지방은행들은 문화적 특성에서 비롯된 내부통제시스템 취약성으로 내부통제 관리 필요성이 더욱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올 하반기에 있을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으로 개선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6대 지방銀 금융사고 11건…전년대비 5건↑
18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각 은행 기타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BNK부산·경남은행, DGB대구은행, JB전북·광주은행, 제주은행 등 6대 지방은행에서 적발된 금융사고 건수는 총 1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5건이 늘어난 수치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구은행(3건), 부산은행(2건), 전북은행(2건), 제주은행(1건)이 뒤를 이었다. 광주은행은 사고 발생이 없었다.
경남은행은 10억원 미만 피해액 수준이 1분기, 2분기, 3분기에 각각 1건이었지만, 지난해 8월 대규모의 횡령 사고가 적발됐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담당 직원이 2008년부터 2022년까지 3089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는 금융권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이다. 경남은행의 전년 사고 수는 단 1건이었다.
대구은행에선 3분기에 배임 1건, 실명제 위반 2건이 발생했는데, 특히 영업점 직원들이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고객 서명 증권계좌 개설 신청서 사본을 이용해 허위계좌 1657건을 추가로 개설한 게 드러났다. 증권계좌 개설에 대해 실적 확대 반영한 것이 부적절한 행위로 이어진 셈이다.
이외 부산은행은 4분기에 사기·금품 수수 사고가 적발됐고, 전북은행에서는 배임 2건이 발생했다. 또 제주은행은 10억 미만 피해 규모의 실명제 위반이 있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전년 대비 적발 건수가 늘어난 건, 그만큼 내부통제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보다 강화됐기 때문"이라며 "일부는 이전에 발생했던 사건으로 그동안 잡히지 않았던 것들이 지난해 수면 위로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은행에 꾸준히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독려·주문하고,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통제 강화를 강조해왔다.
◇"내부통제 미흡 지방銀, 행장 책임지면 개선될 것"
올해 역시도 당국은 그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특히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산을 찾아 지방지주·은행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방은행 금융사고와 관련해 온정주의 문화를 버리고 내부통제를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그간 지방은행들은 지역 정서 기반의 연고주의를 비롯한 문화적 특성과 규제준수 문화의 부족으로 내부통제 미흡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켜왔다. 이에 내부통제 방안·운영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더욱 커지는 상황 속에 오는 7월 시행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개선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부통제 체제가 말은 돼 있지만 실상 보면 미흡한 금융사들이 있는데, 특히 지방은행 같은 곳이 더 그렇다"며 "직원들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시행하는 등 준수 문화를 고취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제도 정비도 현재는 잘 안 돼 있어 은행 내에서 내부통제 중요성 인식을 잘 못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지배구조법 개정 시행으로 제재가 강화되고, 대표 이사도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에 그 전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지난해 적발된 지방은행 금융사고와 관련) 형사처벌 조치가 되긴 했지만 그런 사후적인 것보다 예방 차원에서의 대책이 더 필요하다"며 "감독 당국이 아무리 얘기해봐야 효과가 없는 상태인데, 횡령 건이 발생했을 때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지게 된다면 내부통제 부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