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도"…유가, 사우디 감산 연장에 작년 11월 이후 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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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은 유가 상승에 짓눌려 휴일인 노동절(4일)로 단축된 한 주의 첫 거래일을 하락 마감했다.

뉴욕 유가는 8거래일 연속 상승해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95.74포인트(0.56%) 하락한 3만4641.97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94포인트(0.42%) 내린 4496.83에, 나스닥지수는 10.87포인트(0.08%) 내린 1만4020.95에 거래를 마쳤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연말까지 자발적 감산을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유가는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14달러(1.3%) 상승한 배럴당 86.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최고치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자발적 감산을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는 지지받았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사우디가 올해 연말까지 자발적 감산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가 하루 100만배럴 감산을 이어가면 오는 10~12월까지도 사우디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900만배럴에 그치게 된다.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OPEC+가 비용에 상관없이 석유 시장을 타이트하게 유지하려 애쓰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우디와 러시아 모두 석유 시장을 타이트하게 유지하는 데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S&P500지수 에너지 섹터가 약 1% 상승하는 등 에너지주를 끌어올렸다. 할리버튼과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의 주가가 각각 2% 넘게, EOG리소시스는 1.8% 상승했다.

반면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그리고 카니발이 2% 이상 하락하는 등 유가 상승은 항공주와 크루즈주를 억눌렀다.

미 국채금리도 급등해 위험자산에 압력을 가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0.09%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4.262%를 기록했다.

트루이스트자문서비스의 키스 러너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가가 오르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업무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가 바라는 경기 연착륙을 연준이 성공시키는 것과 경기둔화 사이에 가늠하기 어려운 선이 이미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크게 타격받은 또 다른 부문이 중소형주다.

S&P스몰캡600지수가 거의 3% 굴러떨어져 지난 2월 이후 최악의 날을 경험했다. S&P미드캡400지수가 2.2% 정도, 러셀2000지수는 2% 미끄러졌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휴 기간 중 경기침체 가능성을 15%로 낮추고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19~20일)에서 금리인상을 건너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에 좋은 뉴스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역사적으로 주가에 가장 호의적이지 않은 달인 9월의 계절적 효과와 맞서 싸워야 한다.

최근 며칠 사이 몇몇 기술적 지표가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다. 긍정적인 단기 모멘텀의 신호로 주요 지수들은 지난주 각각 5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했다.

LPL파이낸셜의 애덤 턴퀴스트 수석 기술 전략가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올해 강세 모멘텀으로 보건대 9월이 생각만큼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부진했다.

미국의 8월 고용추세지수(ETI)는 113.02로 전월 114.71보다 하락했다. ETI는 고용시장을 보는 선행지수로 하락하면 고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ETI는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8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에 이어 뜨거운 노동시장이 점차 식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7월 공장재 수주는 전월 대비 2.1% 줄었다. 다섯 달만에 감소한 셈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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