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이어진 연준의 긴축정책 탓…비은행 부문의 많은 기업도 어려움
연준의 조치와 무관한 다른 요소도 은행에 영향…거시경제 온전히 반영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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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7일(현지시간) 미국 중소 규모 은행 10개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고 뱅크오브뉴욕멜론, US뱅코프, 노던트러스트, 스테이트스트리트 같은 대규모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하향 검토 대상에 포함시켰다.

게다가 캐피털원, 시티즌스파이낸셜, 피프스서드뱅코프 등 11개 금융사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도 내놨다.

무디스는 자본 비용 증가, 수익 악화, 자산 위험 상승을 이유로 지적했다.

8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KBW나스닥은행지수가 거의 2% 빠지면서 은행 주식들이 후퇴했다.

무디스는 이런 조치의 배경에 금리인상, 불확실한 예금 기반, 광범위한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 속에서 한층 어려워진 은행들의 경영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7일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미 은행 스트레스가 긴축 통화정책과 관련된 자금 조달 및 금리 리스크에만 반영됐으나 이제 자산의 질 악화가 도래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초반 완만한 경기침체가 예상되며 미 은행 부문의 자금조달 부담을 감안할 때 은행들에 대한 신용조건 강화와 대출손실 증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제 전문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사실 은행들에 가해진 스트레스 가운데 상당 부분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이어진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 결정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8일 보도했다.

무디스의 이번 조정은 지난해 3월 이후 연준이 11차례나 금리를 인상한 데 따른 것으로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시작해 퍼스트리퍼블릭은행과 시그니처은행까지 무너뜨린 은행위기 이후 불과 5개월만의 일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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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것은 은행만이 아니다=빠르게 악화하는 신용환경으로 비은행 부문의 많은 기업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업 부채의 부실이 지난해 전체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은행들이 기업·소비자 대출과 신용카드에 대한 심사 기준을 강화해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한 결과 사업은 더 어려워졌다.

무디스는 양적 긴축이 예금 감소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지난 3개월 사이 그 정도가 완화했지만 향후 분기에 예금을 저해할 수 있는 시스템상의 위험은 여전하다.

무디스는 "대다수 은행의 예금이 거의 변화가 없거나 약간 줄었지만 무이자 예금은 줄고 은행이 예금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은 늘었다"며 "이로써 순이자 수익과 순이자 마진이 줄어 수익성을 잠식하고 내부적으로 자본을 보충할 수 있는 역량 또한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무디스는 이번에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은행들 같은 많은 소규모 은행이 거대 은행, 글로벌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규제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도 주목했다.

규제 자본이란 은행의 자본 적정성을 확보하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리스크 및 자본을 측정하고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자본량이다.

고금리 환경은 일부 기업에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안겨 결국 투자자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상업용 부동산에 노출된 중소형 은행들 자산의 질이 악화했다.

무디스는 "지속적인 고금리, 원격근무에 따른 사무공간 수요의 구조적 감소,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신용 공급 감소를 감안할 때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노출 증가야말로 핵심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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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것은 연준만이 아니다=무디스는 7일 보고서에서 연준의 조치와 무관한 다른 요소도 은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지난해 영국 채권시장의 혼란으로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여전한 가운데 전반적으로 거시경제 전망은 미 은행 부문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자금조달과 수익 창출이 몇 년 전보다 어려워지고 고정금리 자산의 대량 보유는 이제 권장할만한 게 아니다.

무디스는 "미 재무부 채권 대량 발행,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처럼 연준과 무관한 다른 요인들도 미 국채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10년물 국채금리가 1분기·2분기에 이어 지금까지 상승해 일부 은행의 자산부채종합관리 리스크와 수익성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차입비용은 더 늘게 마련이다. 이는 대다수 기업에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은행은 다르다. 은행은 예금이라는 형태로 많은 저비용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이 올해 예금에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하고 있지만 채권시장에서 차입하는 것보다는 여전히 저렴하다.

따라서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은행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지적했다. 전망이 호전되면 이런 움직임은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펌 호니그먼의 마이클 벨 파트너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연준이 돈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임박한 운명의 징조 혹은 이들 은행이 나쁜 은행이라는 신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연준의 움직임과 전반적인 거시경제를 온전히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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