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기 연속 GDP 역성장…아일랜드, 네덜란드, 독일, 그리스 경제 위축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이 올해 1분기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경제 전문 매체 CNBC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몇 달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날 발표된 유럽연합(EU) 공식 통계 기관 유로스타트의 수정 추정치에 따르면 유로존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0.1%를 기록했다.
애초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이 올해 1분기 0.1% 성장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수정치는 같은 기간 독일이 성장률 수치를 하향 조정한 뒤 사실상 경기침체에 접어들면서 조정된 것이다.
독일 경제는 규모상 유로존을 위나 아래로 끌고 갈 수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성장에도 유로존이 연초 경기침체로 접어든 것은 독일 때문이다.
아일랜드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해 거의 5%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랜드 경제는 오랫동안 유로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런 아일랜드의 경제가 위축된 것은 지난 3월 아일랜드 내 미국 제약사들의 공장생산이 44.7% 감소했기 때문이다.
유로존은 지난해 4분기 0.1% 위축됐다. 이로써 두 분기 연속 GDP 역성장으로 유로존은 이른바 기술적 침체에 접어들었다.
영국 런던 소재 거시경제 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루 케닝엄 유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메모에서 "결국 1분기 GDP가 위축됐다는 소식은 유로존이 이미 기술적 침체에 빠졌다는 뜻"이라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유로존 경제는 더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경제가 전 분기 대비 위축됐다고 보고한 유로존 국가는 아일랜드, 네덜란드, 독일, 그리스다.
1분기 가계소비는 0.3% 줄어 물가상승 속에서 소비자가 겪고 있는 압박감이 드러났다.
에너지 비용과 식품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최근 유럽에서 누그러졌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수준은 여전히 정책 당국의 바람보다 훨씬 높아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 연구 컨설팅 업체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 유로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트에서 "유로존이 앞으로 몇 달 동안 크게 성장할 것 같지 않다"며 "투자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지난해 최고치에서 정상화한 반면 식품 가격은 빠른 속도로 계속 올라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가계지출을 약화시키고 있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모두 가계지출이 감소했다. 수입도 두 분기 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이는 유로존의 약세가 세계 다른 지역의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다.
경제학자들은 에너지 요금 인하로 가계지출 압박이 누그러져 6월까지 성장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반등은 미약할 듯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7일 유로존 경제가 올해 미 경제의 절반 수준인 0.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8.4%에서 올해 5.8%로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내년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3.2%를 훨씬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불확실한 경제 환경은 ECB에 도전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CB는 지난 12개월 동안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길을 걸어왔다. ECB는 지난해 7월 이후 1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지난달 3.75%까지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오는 15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저조한 경제 성과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ECB의 추가 금리인상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럼에도 ECB 관계자들은 경기침체를 피하기보다 물가를 낮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언급해왔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