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경제회복 둘러싼 비관적인 전망에 하락 중"
시티 "중국이 국가안보에 초점 맞추면서 정책은 성장 촉진에 덜 유리"

'제로 코로나' 정책 종료 이후 중국 주식시장은 호황을 경험했으나 상승세가 오래 가지 않았다. 중국 증시는 경제회복을 둘러싼 비관적인 전망에 현재 하락 중이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루자쭈이 금융무역구에 자리잡은 황소상. / 사진=EPA연합뉴스
'제로 코로나' 정책 종료 이후 중국 주식시장은 호황을 경험했으나 상승세가 오래 가지 않았다. 중국 증시는 경제회복을 둘러싼 비관적인 전망에 현재 하락 중이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루자쭈이 금융무역구에 자리잡은 황소상. / 사진=EPA연합뉴스

중국 주식시장이 약세장으로 돌아섰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종료된 뒤 투자자들은 중국의 경기반등에 베팅해 중국 증시가 호황을 경험했다.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중국 증시는 경제회복을 둘러싼 비관적인 전망에 현재 하락 중이다. 최근 소매판매, 공장 생산, 고정자산 투자 모두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닛코자산운용의 에릭 카우 아시아 주식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에 "많은 투자자가 코로나19 대유행의 부정적 영향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며 "현재 공포가 투자심리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중국 주식의 광범위한 지표인 MSCI중국지수는 가치가 1월 최고치에서 5분의 1 이상 빠진 뒤 지난주 약세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홍콩과 중국 본토의 주가 지수도 폭락했다. 지난달 31일 홍콩 항셍지수는 1.9% 하락해 올해 들어 지금까지 마이너스 7.8%를 기록했다.

상하이나 선전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들로 구성된 중국 CSI300지수는 이날 1% 하락 마감하며 올해 손실률을 1.9%로 끌어올렸다.

상하이종합지수 추이 /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상하이종합지수 추이 /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중국 정부는 침체된 부동산 부문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조치에 나섰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제로 코로나 정책을 돌연 포기했다.

이어진 증시 급등세는 지난 1월 말까지 이어졌다. 중국 주식을 사들이려는 미국계 펀드로 20억달러(약 2조6560억원) 이상 유입됐을 정도다.

중국 인터넷 대기업 알리바바, 텐센트, JD닷컴의 주식은 제로 코로나 정책 종료로 랠리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정부가 수년간 이어온 인터넷 플랫폼 단속을 끝낼 것이라는 신호도 내보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임원진은 경제회복 속도에 의문을 표했다. 장융 알리바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소비자 신뢰와 소비력이 여전히 탄력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D닷컴의 쉬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소비자들이 거액 지출에 신중을 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의 주가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9.7% 하락했다. JD닷컴의 홍콩 상장 주식은 가치를 43% 잃고 말았다. 지난달 31일 주가는 2020년 2차 상장 이후 최저 수준으로 장을 마감했다.

일부 투자자는 중국 안팎의 정치를 걱정하기도 한다. 지난 2월 미국이 미확인 비행체를 중국의 정찰풍선이라며 격추시킨 뒤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더 악화했다.

시티그룹은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중국이 국가 안보에 초점을 맞추면서 중국 정부의 정책은 성장 촉진에 덜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사 야누스헨더슨인베스트먼츠의 사트 두라 아시아 배당소득 전략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가 다른 기업들에 손댈 가능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사전 경고도 없이 규제를 잇따라 내놓았다"며 "투자자라면 이런 일이 벌어질 때 신뢰를 잃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국유기업 주식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국유기업들의 주가 실적을 추적하는 항셍중국중앙기업지수(恒生中國央企指數)는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면서 5월 초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지수는 10% 하락했다.

일부 투자자는 중국 주식 매수 없이 중국 경제에 베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명품 제조업체와 현지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다른 기업들의 주식으로 눈돌린 것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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