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26% 급등에 다른 반도체주도 ↑…유가, OPEC+ 추가 감산 가능성 축소로 ↓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이 진전되는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 25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은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뉴욕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가능성이 줄면서 4거래일만에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5.27포인트(0.11%) 하락한 3만2764.65로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6.04포인트(0.88%) 오른 4151.28로, 나스닥지수는 213.93포인트(1.71%) 상승한 1만2698.09로 장을 마쳤다.
투자자들은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경고 속에도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최근 분기 실적 및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엔비디아가 예상보다 강한 매출 전망에다 예상 이상의 최근 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는 26% 급등했다. AI에 사용되는 엔비디아 칩의 폭발적인 수요가 분기 실적을 뒷받침했다.
몇몇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이날 급등으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330조원)에 근접했다.
다른 반도체 주식들도 엔비디아와 동반 상승했다.
어드밴스트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와 TSMC는 각각 10%, 12% 올랐다. 미 최대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인 반에크반도체ETF는 8.7% 껑충 뛰었다.
자산운용사 서튜이티의 딜런 크레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 전문 매체 CNBC에 "기술 혁신이야말로 둔화하는 경제나 높은 금리의 역풍을 능가할 수 있다"며 "특히 기술과 성장주가 죽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요 지표가 역대 최고를 가리키는 가운데 상승장에서 얼마나 많은 종목이 같이 뛰는지 보여주는 이른바 ‘시장의 폭(market breadth)’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트루이스트자문서비스의 키스 러너 공동 CIO는 특정 기업과 부문이 시장을 끌어올리면서 표면 아래의 몇몇 문제가 가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기존 추세가 엔비디아의 뉴스로 더 확대된 것"이라며 "이는 두 시장의 이야기로 승자는 견인력을, 패자는 손실을 확대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한편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한이 빠르게 다가오는 가운데 부채한도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의회 지도부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협상이 진전을 보였다. 민주·공화 양당이 700억달러 지출에 합의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번주 부채한도 협상의 불확실성이 시장에 압력으로 작용해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주간 손실을 기록 중이다.
전날 피치는 부채한도 협상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편입했다.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러나 피치는 미 재무부 금고가 바닥나는 날이라는 이른바 ‘X-데이’인 6월 1일 이전에 부채한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51달러(3.38%) 하락한 배럴당 71.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다음달 4일 OPEC+ 산유국들의 정례회의를 앞두고 OPEC+의 추가 감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이 최근 한 포럼에서 "가격 변동성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투기꾼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후 OPEC+가 추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부각했다.
그러나 이날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이번 정례회의에서 새로운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달 전 이미 세계 경기회복 둔화로 산유국들의 자발적 감산이 결정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박 부총리는 미국의 고금리와 예상보다 약한 중국의 경기회복세로 유가가 더 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유가 75~76달러는 글로벌 거시경제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에너지 가격이 경제적으로 타당한 수준에 접근 중이라고 언급했다. 추가 조치가 없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의 교착상태도 유가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