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한도 합의 가능성에 매도 금물…중앙은행들의 수요와 달러 약세 금값 떠받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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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계 투자은행 UBS는 금 투자자들에게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둘러싸고 주말에 여야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금 투자에서 손떼지 말고 장기적 이점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18일(현지시간) 조언했다.

UBS에 따르면 금값은 연말까지 온스당 2100달러(약 280만원), 내년 3월 22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UBS는 금에 대해 최우선 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금이 헤지로 남아 있어야 한다"며 "최근 수십년 동안 균형잡힌 달러화 기반 포트폴리오에서 금이 5% 정도 할당돼 있어야 리스크 조정 수익률은 개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금을 사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사이의 부채한도 협상 진전, 개선된 미 경제 데이터,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일부 관계자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할 수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자신감 표명으로 금값은 최근 고점에서 미끄러졌다.

이달 초순 기록한 최고치 2080달러에서 4% 정도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올해 초와 비교하면 약 8% 높은 수준이다.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다양한 중장기적 동력으로 올해 후반 금값이 역대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금값 상승 요인 가운데 하나가 중앙은행의 수요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세계 여러 나라 중앙은행이 13년 연속 금을 순매입했다.

1950년 이래 중앙은행들의 연간 금 수요는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규모는 1078t으로 2021년의 450t에서 배 이상 늘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은 올해 약 700t의 금을 매입할 예정이다. 이는 2010년 이후 평균인 500t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고조된 지정학적 리스크와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을 묶어놓기로 결정한 것이야말로 중앙은행들의 행동에 장기적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온스당 금값 추이 /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온스당 금값 추이 /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달러화 약세도 금값을 떠받치고 있다.

UBS는 "연준이 지난 14개월 사이 기준금리를 5%포인트 인상한 뒤 현재 긴축 사이클의 일시 중단을 예고하는 등 달러 약세 추세는 명확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더 많은 조치로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UBS는 미국의 수익률 하락이 달러에 계속 부담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가 약세일 때 금은 좋은 성과를 거둔다.

UBS는 향후 6~12개월 동안 달러가 또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위험 증가는 안전자산의 흐름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의 4월 소매판매는 2개월 연속 하락에서 회복됐다. 지난달에는 신규 주택 착공이 늘었다.

그러나 건축 허가 감소는 향후 건축 활동의 둔화를 시사한다.

최근 미국에서 나온 데이터는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예상보다 낮았다. 제조업 활동은 6개월 연속 위축됐다. 소비자신뢰지수도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다.

신용조건 경색 역시 성장과 기업 실적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1980년 이후의 데이터를 보면 미국의 경기침체기에 금 투자 성적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투자 성적보다 훨씬 나았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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