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카드·저축은행 등 금융권 연체율 일제히 증가세
9월 코로나 상환 유예 혜택 종료…36조 만기 한꺼번에
금융권의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오는 9월이면 코로나19 관련 대출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다는 점에서 대규모 부실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분기 연체율이 전 분기 대비 모두 올랐다.
연체율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NH농협은행이다. 이 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0.27%에서 올해 1분기 0.34%로 0.07%포인트 올랐다.
이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지난해 4분기 0.22%보다 0.06%포인트 오른 0.28%의 연체율을 각각 기록했고, KB국민은행도 지난해 말 0.16%에서 올해 1분기 0.20%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인터넷은행의 연체율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인터넷은행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실적을 발표한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연체율은 0.58%다. 이는 지난해 4분기 0.49%보다 0.09%포인트 오른 수치다.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0.26%에서 2분기 말 0.33%, 3분기 말 0.36%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연체율의 상승 속도는 신용카드사들 사이에서도 심각한 고민거리다.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5대 카드사의 연체율은 올해 모두 1%를 돌파했다.
신한카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1.04%에서 올해 1분기 1.37%로 상승했고, 이 기간 우리카드는 1.21%에서 1.35%로 올랐다.
삼성·KB국민·하나카드는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이 모두 1.00%를 밑돌았지만 올해 1분기엔 모두 1.10%를 넘었다.
연체율이 가장 위험한 곳은 저축은행이 꼽힌다. 최근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1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이 5.1%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3.4%에서 1.7%포인트 오른 수치다. 저축은행 연체율이 5%를 넘어선 것은 2016년 5.8%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연체율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은행이 예상한 올해 2분기 신용위험지수는 35로 1분기 33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경기둔화와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기업과 가계의 신용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상되는 가장 큰 고비는 오는 9월이다. 코로나19로 시행된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때다.
금융권은 2020년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해 주고 있지만 올해는 재연장이 어렵다는 분위기다. 재연장 결정이 없는 한 오는 9월 원금과 이자상환 유예 지원이 끝난다.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코로나 금융지원 관련 원금이나 이자 납기가 연장된 대출의 잔액은 36조6206억원에 이른다.
이에 시중은행에서는 충당금을 더 적립하면서 부실에 대응하는 중이다.
지난 1분기 기준 KB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4.6배인 6682억원, 신한금융은 89.4% 많은 4610억원의 충당금을 전입했다. 하나금융은 108.5% 불어난 3432억원, 우리금융도 57.4% 증가한 2614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분기 514억원에서 올 1분기 2423억원으로 충당금을 371.4% 늘렸다.
그럼에도 5대 은행의 충당금 규모는 2조원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보니 올해 하반기에 대한 우려는 더 깊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치상으로 연체율이 현재까지는 부실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라며 "특히 오는 9월 이후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이 끝나면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