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하, 신모델 출시 지연, FSD 소프트웨어 수정으로 시장가치 위협받아…투자등급 줄하향
'돈나무 언니', 테슬라 주가 2027년 2000달러 전망…"테슬라 아니라 머스크에게 투자하는 것"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저조한 1분기 실적을 낸 데 이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사진)가 가격인하로 많이 팔겠다는 전략까지 밝히자 20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급락했다.
테슬라는 매출액이익률 하락 우려가 커지자 1분기 들어 일부 자동차 모델 가격을 인하했다.
그 결과 주가에 타격을 입고 말았다. 테슬라는 전날 장마감 후 순이익이 1년 전보다 20% 넘게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약 10% 떨어졌다.
파격적인 가격정책으로 테슬라의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4% 늘었지만 순익은 24%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1.4%로 직전 분기(16.0%)보다 4.6%포인트, 지난해 동기(19.2%)보다 7.8%포인트 떨어졌다.
주요 투자업체의 애널리스트들은 20일 테슬라의 투자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15명 이상이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블룸버그통신은 애널리스트 7명이 '매도'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웰스파고는 테슬라의 가격인하에 따라 브랜드 가치가 장기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190달러에서 170달러로 낮췄다.
일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는 가격인하, 신모델 출시 지연,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수정 등으로 테슬라의 시장가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 리서치업체 뉴컨스트럭츠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CEO는 로이터에 "테슬라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힘든 싸움에 직면해 있다"며 "이는 테슬라의 현 가치평가를 더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 주가의 고공비행이 성장목표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테슬라가 이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 CEO는 19일 FSD 기술이 연내 출시될 수도 있다며 이는 큰 수익 창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자율주행 능력 달성이라는 목표를 여러 차례 놓친 바 있다.
테슬라는 현재 FSD 소프트웨어를 1만5000달러(약 1980만원)에 판매 중이다. 모델Y의 최저가 4만7000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테슬라가 FSD를 얼마나 빨리 달성할지 회의론은 여전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 교수(법학)는 현 FSD 버전을 "매우 불완전하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올해 안에 전기차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내년 후반이나 2025년 초반 저가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테슬라는 장기적으로 로봇이 전기차보다 더 큰 수익원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헤지펀드 운용사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CEO는 20일 머스크 CEO의 자율주행 기술 기반 영업용 전기차 ‘로보택시’ 출시 계획으로 테슬라 주가가 오는 2027년 2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가보다 110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스타트업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 업체 시냅스파트너스의 에반겔로스 시무디스 설립자는 테슬라가 태양광 패널과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파워월'로 에너지 생성·저장에서 "더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많은 이가 테슬라를 기술주로 간주한다. 투자은행 캐너코드제뉴이티의 조지 지아나리카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를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기술주와 비교했다.
그는 "테슬라의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부채상환 이전의 수익)가 이들 기업의 EBITDA보다 훨씬 많다"며 "따라서 테슬라가 이들 기업에 비해 믿을 수 없을만큼 매력적"이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투자자들이 테슬라 모델보다 머스크 CEO에게 더 많은 돈을 베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산운용사 보케캐피털파트너스의 킴 포레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이 테슬라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머스크 CEO에게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그래닛셰어스의 윌 린드 CEO는 "FSD가 올해 출범하지 못해도 머스크 CEO와 테슬라를 진정으로 믿는 이들의 믿음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개미투자자들이 이를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