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솔루션스, 세계 쌀 부족량 870만t 전망…"쌀 가격 10년만에 최고 수준"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중국·파키스탄의 악천후도 쌀 부족 사태 부추겨
세계적으로 쌀 소출이 계속 줄어 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산하 컨설팅 업체 피치솔루션스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글로벌 쌀 시장이 20년만에 최대 공급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치솔루션스의 찰스 하트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CNBC에 "세계적인 쌀 부족으로 쌀 가격이 10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피치솔루션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쌀 가격은 내년까지 현 최고치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쌀 가격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cwt당 평균 17.30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내년 14.50달러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cwt는 쌀 같은 특정 원자재 상품의 무게 단위로 100파운드(약 45.359kg)에 해당한다.
하트 애널리스트는 "아시아에서 쌀이 주식"이라며 "따라서 쌀 가격은 전체 식량 가격과 식량 안보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피치솔루션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2023 시즌의 세계 쌀 부족량은 87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트 애널리스트는 1860만t이 부족했던 2003/2004 시즌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쌀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중국·파키스탄 같은 쌀 생산국들의 악천후도 쌀 부족 사태를 부추겼다.
지난해 하반기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인 중국의 광범위한 농경지가 폭우와 홍수로 몸살을 앓았다.
세계 쌀 교역의 7.6%를 차지하는 파키스탄도 지난해 극심한 홍수로 연간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31% 급감했다.
하트 애널리스트는 "폭염과 가뭄, 홍수로 중국 본토의 쌀 소출이 해마다 줄고 있다"며 "게다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른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한 뒤 쌀은 점차 매력적인 대안 곡물로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쌀 수요가 증가한 것은 물론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같은 다른 나라들의 쌀 생산량 감소도 쌀 부족 사태를 부채질했다.
글로벌 식량·농업 부문 전문 은행인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오스카 티아크라 수석 애널리스트는 "세계적인 쌀 부족 사태가 올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아프리카 등 주요 쌀 수입국의 수입 비용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업 정보 분석 업체 그로인텔리전스의 켈리 고어리 수석 애널리스트는 "파키스탄, 튀르키예, 시리아, 그리고 일부 아프리카 지역 등 이미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가들이 쌀 부족에 가장 큰 영향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9월 단행된 인도의 쌀 수출 금지 조치도 고통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쌀 부족 사태가 곧 해소될 수도 있다.
피치솔루션스는 세계 쌀 시장이 2023/2024 시즌에 거의 균형 잡힌 상태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써 쌀 선물 가격이 지난해 수준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5~2019년 수준에서 3분의 1 이상 높은 가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피치솔루션스는 내년 쌀 가격이 cwt당 15.50달러로 10% 가까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가 향후 5년간 세계 쌀 생산의 ‘주요 엔진’으로 기능한다면 2023/2024 시즌에 세계 쌀 생산량은 2.5% 증가하면서 견고한 반등을 보이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쌀 생산을 좌우하는 것은 기상 조건이다.
인도 기상청은 올해 몬순 강우량을 ‘예년 수준’으로 예보한 가운데 올해 2•3분기까지 폭염과 열파가 기승을 부려 밀 작황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