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물가 둔화에 안도했다 FOMC 의사록 공개 이후 경기침체 우려 커져
물가 둔화와 전략비축유 보충 기대에 유가는 상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트레이더들이 1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했음에도 경기침체 우려가 월스트리트를 짓눌러 이날 뉴욕 주식시장은 하락 마감했다.

뉴욕 유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했다는 소식에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위험선호 심리가 살아나 상승했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조만간 보충할 것이라는 소식도 유가 상승에 한몫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8.29포인트(0.11%) 하락한 3만3646.5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99포인트(0.41%) 떨어진 4091.95로, 나스닥지수는 102.54포인트(0.85%) 밀린 1만1929.34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3월 CPI 상승률이 둔화했다는 데 일시 안도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된 지 몇 분만에 뉴욕 증시는 하락으로 치달았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관계자들은 금융위기 여파로 미 경기가 올해 후반 완만한 침체로 빠져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 경제가 침체기에서 벗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년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일부 회의 참석자는 은행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금리인상은 잠정 중단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연준이 연방 정부와 함께 긴급 대응에 나서 상황은 개선됐고 단기간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줄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금리인상 중단을 주장한 참석자들도 인플레이션 대응이 최우선이라는 데 동의했다. 연준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달 22일 FOMC 정례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일부 위원이 금리동결 방안을 고려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한편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경제 전문 매체 C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최고조에 이르렀을지 모르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3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0% 올라 2월의 6.0% 상승보다 폭이 낮아졌다.

이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인 5.1% 상승보다도 낮은 것이다.

3월 CPI는 전월 대비 0.1% 올랐다. 이도 시장 예상치인 0.2% 상승과 전월의 0.4% 상승을 밑돈 것이다.

이처럼 3월 CPI가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발표됐음에도 경기침체 우려는 투자자들을 계속 짓누르고 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최고투자전략가는 3월 CPI와 관련해 CNBC에 "연준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것을 보여줘 고무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연준으로 하여금 금리인상을 중단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주 후반 1분기 기업 실적 발표가 본격화하면서 미 경제의 건강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14일 금융 대기업 JP모건, 웰스파고, 블랙록, 시티그룹의 실적이 발표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73달러(2.12%) 오른 배럴당 83.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최고치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3월 CPI는 물가가 추세적으로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하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

연준이 조만간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면서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지수는 0.46% 떨어진 101.487에서 거래됐다.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는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비달러 거래 트레이더들의 원유 매입을 촉진한다.

CFRA리서치의 스튜어트 글릭만 애널리스트는 3월 물가 지표에 대해 "환영할만한 신호"라며 "CPI가 완화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지금보다 강력한 금리인상은 피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적어도 원유 수요 측면에서 상황이 좀 나아보인다"며 "이는 유가의 지속된 침체 가능성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 정부가 전략비축유를 다시 보충할 것이라는 기대도 유가 상승에 한몫했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비축유를 곧 다시 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과 달리 늘었으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7일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59만7000배럴 증가한 4억7054만9000배럴로 집계됐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