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KT&G 등 행동주의 제안 줄줄이 고배
주주달래기 늘어…주주환원 중요도는 크게 증가
최근 재계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행동주의 펀드들이 최근 마무리된 주주총회 시즌에서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행동주의 펀드에서 내놓은 대부분의 주주 제안이 주총 표 대결에서 부결로 마무리된 것이다.
하지만 주주환원에 대한 중요성을 시장에 널리 알린 공로는 인정받아야 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행동주의에 나서면서 기업들이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열린 태광산업 주총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 제안한 주당 1만 원 현금배당, 액면분할, 자사주 매입 등 3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통과한 안건은 이사회가 제안한 주당 1750원 현금배당안이다.
트러스톤은 지난달 24일 BYC 주총에서도 배당금 증액과 자사주 매입, 액면분할 등 4가지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모두 부결됐다.
트러스톤 외 다른 행동주의 펀드들도 이번 주총시즌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지난달 30일 JB금융지주 주총에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주당 900원 현금배당 안건을 제안했지만 이사회가 제안한 주당 715원 배당안이 통과됐다. 얼라인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 선임 안건도 부결됐다.
KT&G 주총에서도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제안한 배당금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사외이사 선임안 등이 모두 부결됐다. 국민연금이 KT&G 이사회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총장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적어도 투자풍토를 바꾸기 위한 시동은 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상장사에서는 실제 행동주의 펀드의 의미있는 성공을 확인할 수 있다.
남양유업이 지난달 31일 개최한 주총에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심혜섭 변호사가 신규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그동안 오너 리스크에 시달린 개인주주들이 차파트너스에 힘을 실어준 결과다.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경영진이 주주들의 권리에 더 신경을 쓰는 일도 많아졌다.
물적분할에 나선 DB하이텍은 행동주의 펀드 KCGI가 반대하며 주주운동을 펼쳤다. 그 겨로가 물적분할을 막지는 못했지만 '분할 신설법인의 비상장' 약속을 받아냈다.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동국제강은 소액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을 우려해 배당규모를 늘렸다. 이익규모가 줄었음에도 적자 배당도 감수할 예정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백화점 인적분할이 찬성표 미달로 부결되면서 주주들의 인식이 전과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중"이라며 "행동주의 펀드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느끼고 이를 주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