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으로 대형 기술주 전망 악화해 나스닥만 ↓…유가, 쿠르드 수출 중단에 5% 급반등
투자자들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이달 초순 발생한 지역 은행 부문의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쓰면서 27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은 지역 은행 주가가 오른 가운데 혼조세로 장을 마감했다.
뉴욕 유가는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된데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의 원유 수출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소식으로 2주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94.55포인트(0.60%) 오른 3만2432.08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54포인트(0.16%) 상승한 3977.53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55.12포인트(0.47%) 하락한 1만1768.84로 마감했다.
지역 은행들이 크게 상승했다. SPDR 지역 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날 오전 3% 이상 오른 뒤 결국 0.9%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11.8% 급등했다. 팩웨스트도 3.4% 올랐다. 코메리카, 키코프의 주가도 5% 이상 상승했다.
지역 은행주들이 반등하면서 개장 초 안도 랠리가 나왔으나 그동안 강세를 보인 대형 기술주들이 차익실현과 국채금리 상승에 하락해 나스닥지수만 떨어졌다.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브라이언 레빗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경제 전문 매체 CNBC에 "당국이 최근의 도전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면서 위험선호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 차원에서 새로 조성한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의 연장은 앞으로 일련의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크게 누그러뜨렸다"고 말했다.
BTFP는 적격 금융 기관에 1년 동안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SVB 파산 직후 위기가 다른 은행권으로 전이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당국이 제공한 프로그램이다.
파산한 SVB는 퍼스트시티즌스가 인수하기로 결정됐다는 소식도 은행권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퍼스트시티즌스는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퍼스트시티즌스의 주가는 53% 이상 폭등했다.
시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의 주가도 3~4% 상승했다.
일련의 사건들이 은행 부문 안정에 한몫했다. CNBC는 지난 주말 소형 은행에서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 거대 은행으로 옮겨지던 예금 인출이 최근 며칠간 줄었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7일 노트에서 "미 재무부가 필요할 경우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심각한 은행 스트레스가 도래하면 재무부에서 조치하겠지만 일방적인 조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유럽에서 지난 24일 급락했던 도이체방크 주가도 크레디스위스(CS)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에 4.7% 반등했다.
그러나 금리인상으로 성장주에 대한 전망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은 꺾이고 말았다. 이에 알파벳이 2.8%, 메타는 1.5%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55달러(5.13%) 오른 배럴당 72.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 이후 2주만의 최고치다.
25일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의 원유 수출이 중단됐다. 이라크가 쿠르드 자치정부의 석유 수출과 관련한 국제 소송에서 튀르키예에 승소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쿠르드 자치정부는 이라크의 승인도 받지 않고 튀르키예에 원유를 수출해왔다. 이에 대해 이라크는 1973년 이라크와 튀르키예가 맺은 송유관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해왔다.
국제 중재재판소의 이번 판결로 쿠르드 자치정부가 튀르키예에 원유를 수출하려면 이라크 정부로부터 승인받아야 한다.
수출이 중단된 원유는 하루 45만배럴로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0.5%에 해당한다.
한편 미국의 지역 은행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위험선호 심리도 되살아났다.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람 수석 애널리스트는 "심리가 천천히 개선되고 채권금리가 서서히 오르면서 유가도 상승하고 있다"며 "다만 상황이 안정되고 새로운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는 데 시간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