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모든 은행 예금 보호 고려 안 해" 발언으로 더 짓눌러…유가, 긴축 막바지 기대감에 상승
22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예상대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발표되자 투자자들은 웃었다.
그러나 이어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발언에 투자자들이 실망하면서 뉴욕 주식시장은 결국 하락 마감했다.
뉴욕 유가는 연준의 금리인상에도 긴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기대로 상승했다. 휘발유 재고가 줄었다는 소식도 유가 상승에 한몫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30.49포인트(1.63%) 하락한 3만2030.11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5.90포인트(1.65%) 떨어진 3936.97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90.15포인트(1.60%) 밀린 1만1669.96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추가 긴축 가능성도 열어뒀다. 은행권 혼란이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위원들의 최종금리 예상치는 5.1%로 지난해 12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현 수준에서 금리를 한 차례 더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뜻이다.
FOMC는 성명에서 "유입되는 정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연준은 '지속적인 인상'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토머스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이날 결정과 관련해 경제 전문 매체 CNBC에 "연준이 금리를 5.125%까지 인상한 뒤 장기간 중단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부합한다"며 "은행 부문에서 리스크 전이 위험이 커지지 않는 한 연준은 오는 5월 유사한 정책결정에 직면해 추가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글로벌 은행권의 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달러화도 약세를 보였다. 최종금리 예상치가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데다 신용환경 긴축에 따른 금리인하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시는 파월 의장이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옐런 장관의 예금 전액 보증 부인 발언이 나오면서 하락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 방향이 불확실해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다.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그는 은행권 상황과 관련해 "금융 여건이 크게 긴축됐다"며 "긴축 정도가 얼마나 심각하고 얼마나 지속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긴축 정도가 거시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를 정책 결정에 반영할 것"라고 덧붙였다.
옐런 장관이 이날 의회에 출석해 한 발언도 시장을 짓눌렀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모든 예금을 보증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우리가 들여다보는 게 이것은 아니다"라며 "이것은 우리가 고려하는 게 아니다"라고 거듭 확인했다.
이날 증시 하락을 주도한 것은 지역은행 주가다. SPDR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5% 넘게 하락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가 15% 이상 하락하고 코메리카, 자이언스뱅크, 리전스파이낸셜 모두 6~8% 떨어졌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23달러(1.77%) 오른 배럴당 70.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긴축 우려를 높여 유가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이날 연준에서 금리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신호를 주면서 긴축 우려가 다소 완화했다.
이번 금리 결정에 달러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국채금리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이번 결정이 긴축완화적이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국제 에너지·농업·기상 데이터 제공 업체 DTN의 트로이 빈센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통화긴축의 지연 효과가 이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신용 경색과 은행 전이 위험이 경기침체를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로 지난주 유가가 흔들렸다"며 "그 결과 시장 참가자들이 최근 몇 주간 구축해온 투기적 포지션을 축소하고 생산업체들에 위험 헤징 수요는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날 휘발유와 디젤유 재고가 줄었다는 소식이 유가를 떠받쳤다고 말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7일로 끝난 주간의 원유 재고는 111만7000배럴 증가한 4억8118만배럴로 집계됐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