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찾지 못하면 이전의 영광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중앙은행발행디지털화폐'에 대한 관심 새삼 고조될 수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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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가상화폐 업계의 핵심 금융 파트너 실리콘밸리은행(SVB), 실버게이트캐피털, 시그니처가 문을 닫으면서 암호화폐는 금융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달러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USDC의 발행사 서클은 SVB에 준비금 33억달러(약 4조3700억원)를 보관해놓고 있다.

블록체인 인프라 서비스 업체 오브스의 랜 해머 부사장은 경제 전문 매체 인사이더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친화적인 은행들의 갑작스러운 몰락이 업계에 상당한 타격임은 분명하다"며 "대안을 찾지 못하면 업계가 이전의 영광으로 돌아가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머 부사장은 "2017년 이래 암호화폐 산업 성장에 크게 이바지한 움직임 가운데 하나가 규제 대상 금융기관, 중앙집중형 암호화폐 서비스와 탈중앙화 금융(DeFi) 사이의 연결이 점차 밀접해진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계의 중대한 거시경제적 변화와 더불어 존재했던 섬세한 균형이 통제에서 벗어나 중앙화한 금융과 기존 금융기관에 대재앙을 초래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 모두 고객에 대한 실시간 결제 플랫폼 제공으로 암호화폐 대표주자들의 유동성을 떠받쳤다.

블록체인 보안 업체 베리체인스랩의 탄 응우옌 공동 창업자는 "이제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특정 토큰의 유동성이 감소할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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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혼란 이후 업계가 신뢰 위기로부터 회복하면 '중앙은행발행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관심이 새삼 고조될 수도 있다.

응우옌 공동 창업자는 "은행의 중개 없이 투자자가 CBDC를 직접 매입·보유할 수 있게 되면 암호화폐 시장에 좀더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결국 암호화폐 친화적인 은행의 파산 충격을 완화하는 데 한몫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웹3 투자기업 DWF랩스의 안드레이 그라체프 매니징 파트너는 "이번에 탈중앙화 암호화폐가 제공하도록 돼 있는 비수탁 지갑 기능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게이밍 개발업체 스웨트이코노미의 올레그 포멘코 공동 창업자는 "전통 은행과 암호화폐의 관계가 큰 타격을 입어 미국의 암호화폐 혁신 주도권이 영향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과 금융 기관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많은 당국의 조사와 부채 축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 채굴업체 BTCM의 유웨이 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은행들 가운데 암호화폐 사업에 손대는 경우가 거의 없는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SVB 몰락의 여파가 암호화폐를 더 순수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개인 대 개인(P2P)’ 현금 시스템이라는 암호화폐의 본래 목적이 한층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주말 탈중앙화 금융 부문의 회복이 이례적이었다는 데서 알 수 있듯 탈중앙화 금융은 은행 접근성 부족에 맞서 싸울 수 있을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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