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8명 중 30명 임기만료
당국의 성과급 압박에도 배당성향은 소폭 확대
주주총회 시즌이 임박한 가운데 올해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거버넌스에 변화가 감지된다. 사외이사가 대거 교체될 예정이며,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에서 금융지주와 계열사의 CEO 선임과 이사회 구성 등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행동주의 투자자의 적극적인 경영 개입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결국 금융권의 적극적인 거버넌스 변화는 당국과 주주 양측 모두를 달래려는 고민의 결과다.
당국 압박에 사외이사 줄이거나 교체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 시즌에서 각 금융지주는 사외이사 교체와 주주환원 정책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린 상태다.
현재 신한·K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 지주사의 사외이사 38명 중 30명이 이달 임기 만료다.
지주별로는 신한금융 10명, KB금융 6명, 하나금융 8명, 우리금융 4명, 농협금융 2명 등이 이번 주총을 통해 거취 결정을 앞두고 있다.
먼저 신한금융은 박안순 일본 대성그룹 회장과 홍콩인 허용학 퍼스트브릿지스트래티지 대표를 제외한 8명을 모두 재선임할 예정이다. 이들은 사외이사 임기 제한(6년)을 모두 채웠다.
교체는 없지만 규모를 줄인다. 사외이사 수를 기존 12명에서 9명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임기 제한을 맞은 사외이사와 올해 초 사퇴한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의 후임을 뽑지 않을 예정이다. 그 결과 재일교포 측 사외이사 구성원이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다.
KB금융지주는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6명 중 3명을 신규 선임한다.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가 신임 사외이사 후보다.
특히 여 후보와 조 후보는 여성이다. 임기 1년 중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권선주 전(前) IBK기업은행장까지 포함하면 총 3인의 여성이 이사회 구성원이 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등 2명이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기존 사외이사 중 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박동문·이강원 이사가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재선임 여부가 정해진다.
우리금융지주는 총 4명의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 등 2명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정찬형 이사를 재추천됐다. 노성태·박상용·장동우 사외이사가 사의를 표명하고 신규 선임은 2명에 그치면서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규모는 7명에서 6명으로 줄어든다.
한편 NH농협금융지주는 사외이사 7인 중 송인창·이순호 이사가 지난달 사퇴했고 남병호·함유근 이사는 임기가 만료된다. 이석준 NH농협금융 신임 회장이 사외이사 구성에 변화를 줄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신규 선임은 2년, 재선임은 1년의 임기를 적용해 왔다. 이번처럼 임기 만료자가 많은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그룹에 지배구조 개편,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사외이사 교체와 축소 폭이 컸다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주 압박에 배당 성향 강화 나서
한편 금융업계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리라는 기대감도 높다. 하지만 최근 당국이 금융업계의 수익을 직원에게 돌려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보내는 것이 변수다. 당국과 정치권이 금융권의 성과급 지급을 '돈 잔치'라고 비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소액주주들과 행동주의 펀드들이 금융권의 역대급 실적을 내세워 주주 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것도 무시하기 힘들다. 금융지주사들은 압도적인 지분을 가진 '주인'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보니 주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얼라인파트너스는 금융지주사들을 대상으로 한 '주주행동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얼라인 측은 금융주 기업가치 상향 일환으로 국내 7개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대출성장률을 줄이고 주주 환원을 늘리면서 목표 주주 환원율을 최소 50%로 제시하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금융지주사들은 적정한 수준의 배당확대를 통해 주주들을 달래는 분위기다.
먼저 하나금융은 배당 성향을 전년보다 1%포인트 높인 27%로 결정했다. 여기에 추가로 연내에 1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소각한다.
신한금융은 배당 성향을 26.0%에서 22.8%로 낮추는 대신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자사주 1500억원 어치를 소각해 총주주환원율을 30%로 맞출 예정이다.
KB금융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인 배당 성향은 26% 그대로 유지하지만 3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총주주환원율은 전년보다 7%p 높은 33%로 상향된다.
우리금융도 기존 배당 성향 26%를 0.7%p 상향하고 첫 분기 배당도 예고했으며, BNK금융은 배당 성향을 전년 대비 2%p 높아진 25%로 정하고 당기순익의 2% 수준인 16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계획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