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그룹 신약·치료제 개발·생산기지로 부상
진양곤 회장·딸, '베리스모' 이사진 신규임원 가세
진 회장 가족 계열사 등기임원 선임은 첫 사례
반도체 부품 기업이었던 피에스엠씨가 다음달 'HLB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바꾸고 바이오 회사인 HLB그룹의 신약·치료제 개발·생산기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지난 24일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피에스엠씨는 오는 3월 1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명을 'HLB이노베이션'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아울러 주식 양도가 끝나면 대주주를 HLB그룹의 진양곤 회장으로 변경하고, 신규이사들을 선임할 계획이다.
특히 CAR-T(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를 최초로 개발한 노바티스 킴리아 연구팀이 설립한 '베리스모 테라퓨틱스'(Verismo Therapeutics) 임원이 HLB이노베이션에 COO(최고운영책임자)로 합류하고 진양곤 회장과 그의 딸인 진인혜 베리스모 테라퓨틱스 리서치 애널리스크가 진 회장 가족으로는 HLB 계열사 중 처음으로 등기임원으로 선임된다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회사 측은 사명변경 외에도 사업 목적에 바이오 의약품 연구 개발 및 기술이전 사업, 유전자적 의약품 등의 연구 개발 등을 추가, 바이오 기업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할 것임을 선포할 예정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베리스모 창업자인 브라이언 킴(Bryan Kim)이 내년 2월 15일까지 발행일 기준 권면 총액의 3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HLB이노베이션 전환사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베리스모는 노바티스에서 CAR-T 치료제 개발 기술을 담당했던 팀이 주축이 돼 미국 펜실베니아 의과대학에서 창업한 회사로 이 기술을 고형암에 적용해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CAR-T 치료 기술은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T세포(T-cell)에 낙타과 동물에서 추출한 항체를 결합한 뒤 이를 증식해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 암 항원을 효과적으로 인식함으로써 암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항체는 4개의 서브유닛(sub-unit)으로 구성돼 있지만 낙타과 동물의 항체는 2개의 서브유닛으로 구성돼 항원 인식 면에서 특이성과 결합력(affinity)이 증대되는 특성이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하게 되면 환자의 T세포가 특정 암 항원에 대해 결합력이 높아지고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만을 공격함으로써 암 치료를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 기술이 혈액암에서만 효과를 보이고 고형암에서는 효과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고형암의 경우 혈액암보다 암세포가 밀집한 조직 내에 있어서 CAR-T가 효과적으로 접근하지 못한다는 점, 재발하는 경우가 많은 고형암이 재발하게 되면 표적항원의 발현 정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CAR-T의 암항원 인식 능력이 저하되는 점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혈액암이 갖는 CD19와 같은 표적 항원 이외 고형암의 다양한 표적 항원을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연구에서 가장 앞서 있는 회사가 베리스모다.
조만간 임상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베리스모는 임상·연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HLB그룹과 협력해왔다. 그 개발팀이 이번에 HLB이노베이션 임원으로 선임되고, 창업자인 브라이언 킴이 피에스엠씨 전환사채에 대해 콜옵션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베리스모가 향후 HLB이노베이션을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베리스모가 고형암 분야에서 CAR-T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게 되면 HLB이노베이션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