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억제하며 성장 자극해야 하는 美 연준의 셈법 복잡해져
"올해 하반기 유가 100달러에 이를 것" 전망도
러시아의 석유 감산에서부터 중국의 수요 회복에 이르기까지 빡빡한 석유시장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불쏘시개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10일(현지시간) 자국산 석유제품 "가격상한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 석유를 판매하지 않겠다"며 "러시아는 자발적으로 3월에 하루 50만배럴의 원유 생산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50만배럴이면 세계 수요의 약 0.5%에 해당하는 양이다.
러시아의 석유 감산은 서방 국가들에 맞서 유가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하는 가격상한제를 시행 중이다. 러시아산 정제 유류제품에 대한 가격상한제도 이달 5일 도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그 격차를 메울 의향이 없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래피디언에너지그룹의 밥 맥낼리 사장은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OPEC+가 올해 증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인 압둘라지즈 빈 살만 왕자는 지난주 "개입 기준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이 코로나19 관련 봉쇄에서 벗어나면서 중국의 연료 소비량은 더 늘고 있다.
이에 투자자문사 블랙골드인베스터스의 개리 로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하반기 석유 비축량이 대폭 줄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로 배럴당 86달러에 근접한 유가가 곧 세 자릿수로 돌아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가가 세 자릿수로 올라서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성장까지 자극해야 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등 여러 나라 중앙은행으로서는 셈법이 복잡해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8%에 달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올해 1분기 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탓에 지난해 유럽연합(EU)의 인플레이션은 8.9%까지 치솟았다.
스위스 취리히 소재 금융 서비스 업체 UBS는 석유 공급 제약과 수요 낙관론에 따라 긍정적인 유가 전망을 반복하며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볼 것을 권하고 있다.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러시아의 감산이 향후 몇 분기에 걸쳐 석유시장을 더 긴축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러시아의 감산 방침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OPEC+가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배럴 감산을 발표하며 유가 끌어올리기에 나섰지만 유가는 지난해 말까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투자업체 CIBC프라이빗웰스의 레베카 배빈 수석 트레이더는 "올해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70만~90만배럴 줄 것으로 이미 예상됐다"면서 "중국의 수요 회복이 유가에 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의 석유 감산 발표는 직판 통로를 유럽에서 아시아 등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노력의 일환일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는 러시아의 최종적인 감산 규모가 하루 50만 배럴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의 감산 규모가 1분기 말까지 하루 16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가 깜짝 감산을 발표하면서 공급에 대한 우려는 커졌으나 영향이 크지 않았다.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66달러(2.13%) 상승한 배럴당 79.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서비스 업체 마렉스의 라이언 피츠모리스 원자재 트레이더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가격 반응에 대해 "적어도 당분간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에너지 컨설팅 업체 애너지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석유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등지의 수요가 회복하고 OPEC+가 생산을 엄격히 통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유가 랠리를 위한 무대는 착착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 유가가 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