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2만1000달러 넘어서…'큰손' 매수에 금리인하 가능성 등 복합작용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새해 들어서만 약 26% 올랐다.
지난 주말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처음으로 2만1000달러(약 2600만원)를 넘어섰다. 그러나 사상 최고치인 2021년 11월의 6만8990달러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미국의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비트코인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낙관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는 비트코인이 새해 들어 오른 배경에 '고래'로 알려진 '큰손'들의 매수뿐 아니라 금리인하 가능성 등 여러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래란 거대한 양의 가상화폐를 보유한 개인투자자다. 보유량이 엄청나 대량 매수·매도로 시세를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새로운 통화 정책
현재 각종 경제지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에 트레이더들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전략을 번복하거나 적어도 완화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의 제임스 버터필 리서치 책임자는 "거시지표 부진으로 통화긴축 정책이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 덕에 가상화폐 랠리가 펼쳐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정계·재계·학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가 개막한 16일 행사 주최 측은 올해 암울한 경제전망이 담긴 조사결과를 내놨다. 세계 경제학자 50명을 심층 인터뷰한 보고서에서 "이들 경제학자 가운데 3분의 2가 올해 글로벌 경기는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는 내용이다.
미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다. 비트코인 거래는 으레 달러와 연동돼 달러 약세가 비트코인 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루노의 비자이 아이야르 부사장은 "달러 가치가 정점에 이르고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지는데다 금리도 떨어지면 앞으로 몇 달 동안 시장의 리스크 선호 심리는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시장의 큰손 '고래'
가상화폐 데이터 분석 업체 카이코에 따르면에 고래들이 비트코인의 최근 랠리를 주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카이코는 16일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 거래 규모가 지난 8일 평균 700달러에서 이날 1100달러로 늘었다며 이는 고래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신뢰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상화폐 회의론자들은 시장이 소수 고래들에 의해 조작되기 쉽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잉글랜드 서식스대학의 캐럴 알렉산더 교수(금융학)는 "비트코인 가격이 2023년 1분기 3만달러 이상에서 하반기 5만달러까지 급등하는 ‘강세장’을 볼 수도 있다"며 "거래량이 증발하고 시장의 공포감이 극도에 이르면 고래들은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그동안 비트코인 가격 침체와 채굴 비용 상승으로 압박받아 많이 사라졌다. 아이야르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비트코인에 좋은 징조라고 지적했다.
최근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는 높아만 갔다. 이는 새 물량을 채굴하려면 더 많은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채굴 난이도는 작동 중인 채굴 장비가 늘수록 떨어진다. 채굴 난이도가 떨어지면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한다는 게 업계의 통설이다.
디지털 자산 중개업체 글로벌블록의 마커스 소티리우 애널리스트는 "채굴자들이 새롭고 더 효율적인 장비를 들고 돌아온 것 같다"고 전했다.
◇내년 도래하는 '반감기'
환호할 이유가 더 있다. 이른바 비트코인 '반감기(halving)' 때문이다.
반감기란 채굴량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시기를 말한다. 2009년 비트코인의 첫 등장 이후 비트코인은 대략 4년마다 반감기를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공급을 압박하므로 비트코인 가격에 긍정적이다.
아이야르 부사장은 다음 반감기가 내년 3~5월에 도래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