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나온 메시지…미중 경쟁과 위험한 부채 확대가 일반화한 새 세계
세계 경제는 금리가 더 오르고 지정학적 긴장이 더 고조되며 불확실성이 더 두드러지는 한층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것이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학계 최대 행사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현지시간 6~8일)로부터 나온 메시지라고 9일 소개했다.
이번 AEA 연례총회에서 경제계 명사들은 앞으로 닥칠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출구는 초저금리와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이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정책 당국자들은 날로 심화하는 미국•중국의 경쟁과 위험한 부채 확대가 더 일반화한 새로운 세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충격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 경제의 전환점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상충되는 조언=이번 AEA 정례회의 참석자들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상반된 조언을 건넸다.
노벨경제학 수상자(2001년)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긴축이 경제를 해치고 인플레이션 저감에도 별로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피에르 올리비에 구랭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등 여러 나라 중앙은행들이 실업률 증가에도 인플레이션 극복 의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예상보다 낮은 임금에도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날이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보스틱 총재는 6일 "전례 없는 일이기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매우 특이했기에 시간의 흐름과 함께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확언할 수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새로운 현실에 대한 적응=2019년 연례총회에서 당시 올리비에 블랑샤르 AEA 회장은 저금리 시대를 장기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연례총회에서 로고프 교수와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부 장관은 정부 적자 및 부채 증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투자 등 다양한 요인이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7일 "우리가 일반적인 스태그네이션(장기 저성장) 시대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시장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로고프 교수에 따르면 저금리가 주택 가격 및 주가를 밀어올려 팬데믹과 맞서는 데 필요한 대규모 정부 차입이 수월했다.
◇새로운 취약성=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을 지낸 크리스틴 포브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응 정책이 "새로운 취약성과 리스크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정부 부채의 엄청난 증가로 재정위기가 고조되고 최저 금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자산 거품을 만들어냈다. 포브스 교수는 신용비용 급등으로 이런 취약성이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머잖아 들이닥칠 또 다른 구조적 변화가 최근 수십 년 동안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데 한몫해온 중국의 장기 성장이 가파르게 둔화하리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로 올해 중국 경제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로고프 교수는 과도한 인프라 지출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식 성장모델과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리려다 비대해진 중국의 부동산 부문 탓에 더 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지 소도시들의 집값은 이미 20% 하락했다.
중국의 경기둔화가 중국과 미국 사이의 경쟁을 누그러뜨릴 것 같진 않다. 세계적 석학인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배리 아이켄그린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보다 ‘수십 배나 더 큰’ 경제적 충격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