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마켓 성남 본사. / 사진 = 오아시스마켓
오아시스마켓 성남 본사. / 사진 = 오아시스마켓

이커머스업체 상장 1호를 노렸던 마켓컬리가 상장(IPO) 일정을 취소하면서 오아시스마켓의 부담이 커졌다. 향후 오아시스마켓이 받게 되는 기업가치가 시장이 인정하는 이커머스업체의 기본 밸류에이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가던 컬리가 고꾸라지면서 이미 업계의 밸류에이션은 크게 훼손됐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상장을 추진해야 하는 오아시스마켓 입장에서는 성에 안차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5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이번 컬리의 상장 일정 철회는 이커머스 전반에 끼치는 악영향을 끼치는 중이다. 이커머스업계의 상장이 만만찮다는 신호를 시장에 줬기 때문이다.

만년 적자 상태였던 컬리는 한국거래소가 규정까지 바꿔가며 국내 증시 입성을 강력하게 추진하던 기업이다. 사실상 '특혜'까지 받고도 상장에 실패하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이커머스업체의 상장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댈 수밖에 없다.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인 이커머스 업체는 11번가와 SSG닷컴, 오아시스마켓 등이 있다.

11번가의 경우 시한이 있다. 지난 2018년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으며 올해 9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다.

SSG닷컴은 현재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해 기업공개를 위한 채비를 꾸린 상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아직 상장예비심사를 내지는 않아 비교적 여유가 있다.

문제는 오아시스마켓이다. 11번가와 SSG닷컴은 상장예심 신청 전이다 보니 투자자들과 협의해 시장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반면 오아시스마켓은 지난해 말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규정에 따라 향후 6개월 내에 상장을 완료하지 못하면 심사 결과는 무효가 된다.

오아시스마켓은 일정대로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단기간에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기는 쉽지 않다. 고금리와 에너지가격, 공급망문제 등 현재 시장의 악재는 대부분 국내가 아니라 외부에서 온 것들이다. 

상장을 강행하더라도 부담이 크다. 바로 밸류에이션 문제다. 일정대로 컬리가 먼저 상장했다면 컬리의 밸류에이션을 오아시스마켓에도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했으면 됐다. 하지만 컬리가 좌초하면서 이제 오아시스마켓이 기업가치를 스스로 정해야 한다.

기업가치 산정은 증시에 상장하려는 회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기업가치 산정이 잘못될 경우 상장 직후 진입하는 공모투자자들이 단기간에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너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해달라는 증권신고서를 반려해버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2021년 고평가 논란 속에 상장을 강행한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등은 상장 당시 대비 주가가 3분의 1 토막이 난 상태다.

오아시스마켓 입장에서 업계에서 비교적 작은 규모라는 점도  1호 상장사가 되는 것도 부담이다. 자산과 매출 규모가 더 큰 컬리의 상장 이후 형성된 업계의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오아시스마켓 입장에서도 유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엔데믹으로 지난 수년간 코로나19의 덕을 본 이커머스업체들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장 시기를 놓친 감이 있다"며 "지난해부터 SK쉴더스와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줄줄이 IPO를 연기하는 등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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