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석탄·원자력 발전소에 불확실성 여전"…"가스값, 2020년대 말까지 높은 수준 유지할 것"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간) 북해 연안 빌헬름스하펜에서 준공식을 가진 독일의 첫 LNG 터미널. 과거 러시아산 가스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던 독일로서는 에너지 정책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일이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간) 북해 연안 빌헬름스하펜에서 준공식을 가진 독일의 첫 LNG 터미널. 과거 러시아산 가스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던 독일로서는 에너지 정책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일이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에너지 전문가들이 다음 겨울에 에너지 위기가 반복돼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할 수 있다며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현 가스 위기의 여파가 훨씬 더 오래 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럽의 다음 겨울 상황도 1~3월 추위 여부에 달려 있다. 날씨가 따뜻하다면 그리 많은 양의 가스는 필요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겨울이 끝날 때쯤 유럽의 가스 비축량은 더 많아질 것이다. 러시아산 가스 없이도 여름 동안 비교적 쉽게 가스를 보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정보 제공 업체 인베스텍리서치의 마틴 영 수석 애널리스트는 "다음 겨울 전에 풍력발전으로 전력을 조금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일부 석탄·원자력 발전소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해체된 낡은 석탄 발전소들과 계약해 필요할 경우 이번 겨울에 발전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아직까지 석탄 발전은 필요없었다. 하지만 당국은 다음 겨울까지 계약을 연장했으면 하고 바랄지 모른다.

영 애널리스트는 "공급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유럽이라는 좀더 넓은 맥락에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유럽에 대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고갈돼 가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가스가 공급돼 유럽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가스를 따로 보관할 수 있었다.

올해 여름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이 거의 차단될 것 같다. 결국 유럽 대륙으로 향하는 가스 중 많은 양이 미국·카타르나 다른 나라의 선박을 통해 반입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는 세계적으로 제한돼 있다. 유럽의 경우 정박 장소에도 한계가 있다.

LNG는 섭씨 영하 162도 이하에서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것이다. 비교적 쉽게 저장·운송할 수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유럽 해안에서는 LNG 터미널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되거나 빠르게 진행 중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항의 LNG 터미널 전경. 그러나 스페인에는 나머지 유럽과 연결된 가스관이 많지 않다. 스페인의 터미널은 이웃 국가들에 덜 유용하다는 뜻이다. / 사진=AFP연합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항의 LNG 터미널 전경. 그러나 스페인에는 나머지 유럽과 연결된 가스관이 많지 않다. 스페인의 터미널은 이웃 국가들에 덜 유용하다는 뜻이다. / 사진=AF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독일은 북해 연안 빌헬름스하펜에서 첫 LNG 터미널 준공식을 가졌다. 과거 러시아산 가스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던 독일로서는 에너지 정책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일이었다. 다른 두 개의 LNG 터미널도 내년 독일에서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국·스페인·포르투갈은 유럽에서 가장 큰 LNG 수입 능력을 갖고 있어 글로벌 시장도 공략할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인·포루투갈이 자리잡은 이베리아반도에는 나머지 유럽과 연결된 가스관이 많지 않다. 스페인의 터미널은 이웃 국가들에 덜 유용하다는 뜻이다.

영국의 다국적 에너지 기업 센트리카는 최근 버려진 낡은 가스 저장고를 다시 열었다. 그러나 영국에는 여름 동안 수입할 LNG를 저장할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다.

결국 영국 터미널로 들어오는 가스 중 많은 양이 유럽, 그 중에서도 특히 네덜란드로 직접 재수출될 것이다. 겨울에 대비해 네덜란드의 지하 저장고에서 보관되는 것이다.

노르웨이와 영국의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는 가스가 덜 필요한 따뜻한 몇 개월 동안 유럽의 재고를 보충하게 된다.

LNG가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는 데 부분적인 해결책은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스 가격을 과거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는 없다. LNG는 비용이 많이 드는 가스 운송 방법이다. 냉각 생산·저장했다 수송선에 싣는 데 많은 에너지와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

게다가 LNG선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이 가스를 선점하려면 수년간 높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밖에 없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지역에 자리잡은 에너지 컨설팅 업체 콘월인사이트의 매튜 채드윅 수석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훨씬 더 줄어 적어도 2030년 전까지는 가스 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 이상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시장이 유럽의 수급 역학 변화에 적응하려면 시간은 좀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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