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건면 전용 브랜드 '쿠티크' 론칭
오뚜기·팔도 외면…농심이 시장개척 '공신'

농심의 신라면 건면 / 사진=농심
농심의 신라면 건면 / 사진=농심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노력 중인 라면업게가 건면(乾麪)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양식품은 건면 브랜드 '쿠티크'(COOTIQUE)를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쿠티크 에센셜짜장'을 선보였다. 

쿠티크는 쿡(COOK)과 부티크(BOUTIQUE)의 합성어다. 세계의 다양한 면 요리를 모티브로 높은 품질의 면식을 제안하는 누들 부티크라는 의미다.

건면을 만드는 방식은 '저온 건조법'을 사용했다. 다른 회사의 건면은 면을 스팀으로 찐 뒤 고온으로 말리지만 '쿠티크'는 면을 물에 삶은 뒤 장시간 저온으로 건조한다. 이럴 경우 고불고불한 일반적인 라면 제품과 달리 생면과 유사한 직선형태의 면이 나온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식품업계는 삼양식품이 단발성 건면제품이 아니라 건면 브랜드를 론칭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삼양식품은 '손칼국수', '바지락칼국수', 라이트불닭볶음면' 등의 건면 제품을 내놓으며 가능성을 가늠해왔다.

삼양식품이 '간보기'를 끝내고 건면 전문 브랜드를 내놓은 것은 건면 시장의 본격적인 활성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삼양식품의 쿠티크 에센셜짜장 / 사진=삼양식품
삼양식품의 쿠티크 에센셜짜장 / 사진=삼양식품

라면 강대국인 일본은 유탕면뿐만 아니라 건면과 생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조한 라면을 통해 다양한 시장을 개척해왔다. 하지만 한국 라면 시장은 오랜 동안 유탕면이 대세였다.

건면은 기름에 튀긴 유탕면에 비해 칼로리와 성분 측면에서 '웰빙' 트렌드에 맞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면이 좋다는 것을 알아도 도전은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전용 제조설비가 필요한데다가 소비자들이 기름진 유탕면에 익숙한 상황이라 회사들이 쉽게 도전하기 어려웠다.

첫 도전을 시작한 곳은 시장 1위 농심이다. 농심은 지난 2007년 부산 강서구에 건면 전용 생산 설비인 녹산공장을 열었다. 녹산공장을 통해 '건면세대'라는 용기면 시리즈와 '후루룩' 시리즈, 설렁탕, 냉면 등 실험적인 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당시 시도는 실패했다. 녹산공장은 가동률이 점차 떨어져 2015년에는 13%까지 내려갔다. 농심은 가동률이 떨어져도 웰빙 기조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녹산공장의 증설에 꾸준히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9년 '산라면 건면'이 드디어 히트를 치며 건면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라면왕김통깨'를 건면으로 출시하며 시장 활성화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최근 라면 시장에 진출한 하림도 유탕면이 아닌 건면으로 승부를 내려는 중이다. 하림의 '더미식 장인라면'은 출시 이후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해외 수출에도 나서는 중이다.

풀무원도 건면 시장에 진심인 기업이다. 1995년부터 '생면'을 중심으로 라면의 웰빙화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2011년부터 '자연은 맛있다'라는 브랜드를 통해 건면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최근 정·백·홍 시리즈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건면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바로 오뚜기와 팔도다.

오뚜기의 경우 관계사 오뚜기라면이 라면을 생산하면 이를 오뚜기가 사 온 뒤 되파는 구조다. 오뚜기라면은 '일감몰아주기' 이슈가 있는 곳으로 설비투자보다는 수익 극대화에 방점이 찍힌 곳이라는 평가다. 컵누들 등 일부 건면 제품이 생산되고는 있지만 '웰빙'이 아니라 '다이어트'에 콘셉트를 잡은 제품이다.

팔도의 경우 아직 '웰빙'보다는 '맛'에 집중하고 있다. '건면'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는 사업 방향이 맞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경쟁사들이 사용하지 않는 MSG 사용을 유지하고 있으며, 나트륨 함유량도 예전과 같이 유지해 소비자들에게 '맛을 유지하는 유일한 브랜드'라거나 '웰빙을 외면하는 곳'이라는 양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건면은 별도 설비가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다보니 투자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다"며 "하지만 최근 다양한 건면 제품이 출시되면서 앞으로 관련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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